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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재경 지검장, 한때 ‘특수통’ 명성…요직 거치며 승승장구

등록 2014-07-24 21:03수정 2014-07-25 05:44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오후 인천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퇴임사를 마친 뒤 청사를 떠나기 위해 차에 올라타고 있다. 인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오후 인천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퇴임사를 마친 뒤 청사를 떠나기 위해 차에 올라타고 있다. 인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병언 책임’ 사표낸 최재경 지검장은…
MB 면죄부 준 BBK사건 이후 ‘정치성’ 논란
“수사능력 탁월·소탈” 주변 평가
한상대 전 총장과 중수부폐지 대립
박근혜 정부 들어 고검장 승진 누락

‘마지막 기회’ 유병언 못 잡으며
26년 영욕의 검사 생활 막 내려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낍니다.” “결국 화호성구(畵虎成狗: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림)에 그쳤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4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검찰을 떠난 최재경(52) 인천지검장이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남긴 고별사의 일부다. 그가 남긴 표현처럼, 대표적 ‘특수통’으로 대검 중수1과장-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대검 수사기획관-대검 중수부장 등 특별수사의 요직을 빼놓지 않고 섭렵한 최 지검장의 검사 생활은 영욕과 명암이 교차했다.

최 지검장은 2006년 대검 중수1과장 때 현대·기아차 비자금 사건 주임검사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했고, 이어 론스타 사건 주임검사로도 활약했다. 이듬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때는 2조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인 제이유(JU) 사건과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연루된 비비케이(BBK) 사건을 수사했다. 대검 수사기획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하며 노 전 대통령 직접 수사의 단초를 마련했다.

최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수사 능력이 출중하면서도 성품은 소탈하다는 게 그런 평가의 근거가 됐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전 장관이 ‘눈사람 검사’라는 표현을 쓰며 일부 검사들은 순수한 열정을 지녔다고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법무부 검찰2과장이던 그를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치성 논란에 휩쓸렸다. 강금실 장관 시절 대검 중수부 수사 내용 일부를 누락시키고 보고했다는 이유로 수원지검 부장검사로 ‘좌천’당한 뒤 사표를 던지자 그를 달리 보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비비케이 사건 수사도 그의 ‘순수성’에 의문부호를 키웠다. 이명박 정권 초기 공기업 비리를 뒤지면서 노무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먼지털기’ 수사를 지휘했지만, 나중에 무죄 판결이 속출하면서 명성에 큰 금이 갔다.

내분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상대 검찰총장과 충돌하며 이른바 ‘검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광준 부장검사 10억 수뢰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린 한 총장이 타개책으로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자, 최 지검장은 “수용 불가”를 외치며 맞섰다. 수사를 받고 있는 김 부장검사와 언론 대응책을 논의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최 지검장에 대해 한 총장이 감찰을 지시했지만,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간부와 검사들이 되레 총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한 총장은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최 지검장은 이때도 사표를 냈다가 반려됐다. 두번째 사표였다. 한 검찰 간부는 “결과적으로 그건 하극상이다. 하극상이 성공하려면 아래가 위를 삼켜야 하는 것 아니냐. 최 지검장은 그게 가능했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코드 수사’ 논란이 따라붙은 것에는 검찰에서도 주류인 ‘티케이(대구·경북)’ 인맥이라는 요소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남 산청 출신이면서 대구고를 나온 그는 ‘티케이의 적자’로 간주됐다. 최 지검장이 수사한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때 검찰 티케이 라인은 요직을 독점하며 민간인 불법 사찰과 내곡동 사저 사건 등에서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수사를 이끌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 지검장의 ‘변화’에 대해 “비비케이 사건 뒤 야당의 정치적·감정적 비난을 받고 방어 심리 탓인지 생각 자체가 여당 쪽으로 가버린 것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비비케이 검사’, ‘항명 검사’라는 이미지 탓일까? 동기(사법연수원 17기) 중 항상 최선두에 있던 그는 지난해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유씨 일가 수사를 인천지검에 맡기며 ‘마지막 기회’를 줬다. ‘퇴근 없는 철야’를 선언하며 전력투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고, 검사 생활을 하면서 세번째로 낸 사표가 수리되면서 결국 명예롭지 못하게 퇴장하게 됐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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