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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진과 오늘] 팔레스타인 사람 아메드 자달라 - 7월28일(월)

등록 2014-07-28 14:02수정 2014-08-04 15:06

사진 에이피
사진 에이피
머리에 두른 천이 벗겨질 듯 치켜 올린 손. 깊은 생각이나 고민에 잠긴 몸짓이다. 손가락 마디와 이마, 눈가에 새겨진 굵은 주름은 그가 살아온 세월의 길이를 가늠케 한다. 입과 턱을 뒤덮고 있는, 제대로 다듬지 않은 흰 수염. 여러 방향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휩쓸린 들풀들처럼 거칠게 일렁인다. 끝이 가지런한 수염 사이로 보이는 입술은 자기 안의 것을 밖으로 보내지 않으려는 듯 굳게 닫혀있다. 그의 얼굴에서 가장 빛나는, 심지가 굳은 사람임을 느낄 수 있는 우뚝 선 콧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듯 내리감은 두 눈. 그리고 푸른 줄무늬 윗도리. 무늬보다 색깔이 왠지 부조화스럽다. 머리를 감싼 천과 다른 탓인지, 손과 얼굴에 새겨진 시간의 나이테와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목에 걸쳐져 앞섶까지 드리우고 있을 가늘고 긴 저 흰 천은 무엇인가.

외신기자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가자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 아메드 자달라. 베이트 라히야에 있는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 일하는 일흔다섯 살의 자원봉사자이다. 그가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일은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에 숨진 동포들의 차가운 주검을 영안실에서 수습하는 것. 자신이 감싸준 하얀 천이 목숨 잃은 이가 입는 마지막 옷이 되어 관도 없는 장례식이 치러진다. 지난 30년 동안 아메드 자달라가 떠나보낸, 이스라엘 군에 숨진 사람만도 수백명.

사진 에이피
사진 에이피

3주 가까이 계속되는 이번 이스라엘의 학살전쟁으로 사망자만 이미 천명을 넘었다. 아메드 자달라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어린아이들의 주검. 가녀린 몸에서 흘러나오는, 채 굳지 않은 피가 금세 얇은 천과 그의 손을 적시면 그는 잠시 손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바투 깎은 손톱 끝을 지워지지 않을 선홍빛으로 물들인 채.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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