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인 28일 점심때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시민들에게 얼음물과 수박을 나눠주며 개고기를 먹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개고기 반대 캠페인
어르신들 “이젠 안먹어야지” 응원
일부 “식문화 간섭 말라” 불쾌감
어르신들 “이젠 안먹어야지” 응원
일부 “식문화 간섭 말라” 불쾌감
“개고기 대신 시원한 수박 드시고 더위 나세요.” “주인을 알아보는 개를 먹기는 그렇지.” “왜 먹으라 말라 간섭이지?”
중복인 28일 오전 동물자유연대 회원 10여명이 서울 종로 탑골공원 근처에서 개고기 반대 캠페인에 나섰다. 보신탕을 즐기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것이다. 회원들은 수박과 얼음물, 부채를 나눠주며 “이제 개고기를 먹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잔글씨를 보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유인물에는 큼지막한 글씨를 사용했다. 준비한 수박 20통과 생수 500병, 부채 1000개가 순식간에 동났다.
개고기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복날을 맞은 개들의 운명만큼이나 갈렸다. 더운 날씨에 공짜 수박을 받아든 몇몇은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젊은이들의 ‘동물 사랑’을 거들었다. 윤병국(69)씨는 “개는 주인도 알아보고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는 동물인데 먹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차현(83)씨는 “소나 돼지나 닭을 껴안고 같이 자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개는 인간과 교감하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지나가던 일부 시민들도 “파이팅”이라며 응원했고, 외국인 관광객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굿!”을 외치기도 했다.
반면 ‘식문화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근영(75)씨는 “먹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인데, 개인 식생활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공짜 수박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탑골공원 주변 보신탕 식당들에는 점심 전부터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40년 넘게 탑골공원 주변에서 보신탕을 끓여왔다는 한 점주는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만, 복날에는 평소보다 200인분 정도 더 팔린다”고 했다. 10년 넘게 복날 아침마다 보신탕을 먹어온 ‘마니아’인 박순옥(69)씨는 “복날에는 아침부터 개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했다.
개고기 판매에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정부를 원망하는 이도 있었다. 이진국(46)씨는 “개고기도 하나의 식문화다.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은데 아예 합법화해서 투명하게 개고기가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비슷한 시각 탑골공원 주변 개고기 요리 식당에 손님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