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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애타게 구조 기다리다 무더기로 파도에 휩쓸려…”

등록 2014-07-28 16:27수정 2014-07-28 17:21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28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법정증언을 마친 뒤 손을 꼭 잡은 채 귀가하고 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안산지역에 사고 있어 광주까지 장거리 이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안산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안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28일 오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법정증언을 마친 뒤 손을 꼭 잡은 채 귀가하고 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안산지역에 사고 있어 광주까지 장거리 이동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안산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안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탈출 방송 나왔다면 캐비닛 밟고 많이 빠져나왔을 것”
생존학생 법정 증언…“먼저 탈출한 승무원 엄벌” 요구
“선실에서 나와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들 30여명이 줄을 선 채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한명씩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내가 뛰어든 뒤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나머지 10여명의 친구들은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해경이랑 헬기가 오고 있다고.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어요. 그리고 제발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좀 있으라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돌아온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28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는 이날 오전 안산지원에서 김아무개양 등 단원고 학생 6명을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승무원 등 15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학생들은 모두 세월호 선실(SP1)에 묵었던 학생들인데, 대부분 탈출과정에서 승무원이나 해경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선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선실에서 빠져나와 비상구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구조를 기다렸지만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생존학생들은 자신들이 빠져나온 직후 비상구에 파도가 덮쳐 나머지 학생들이 배 안쪽으로 휩쓸렸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은 “‘특히 단원고 학생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방송이 반복됐다.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캐비닛 등을 밟고 많은 인원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이 사고 당일인 지난 4월16일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서 탈출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학생 등 승객들이 사고 당일인 지난 4월16일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서 탈출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대부분 안산에 거주하며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지난달 24일 그동안 재판이 열린 광주가 아닌 안산에서 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또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화상증언을 계획했지만 학생 대부분이 친구와 함께 증인석에 앉는 조건으로 법정 증언을 희망해 5명의 학생이 직접 법정에 나왔다. 1명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법정 옆에 마련된 화상증언실에서 증언했다.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재판부의 비공개 결정에 따라 학생 가족과 취재진 등 10여명만 재판을 지켜봤다.

긴장된 표정으로 방청석을 둘러보고 증인석에 앉은 여학생은 배가 침몰될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가며 옆에 앉은 친구의 손을 놓지 않았다.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로운가’라는 검사의 마지막 질문에는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한편, 일부 학생은 “친구와 선생님 생각이 나고 가끔 꿈도 꾼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해 사고 100일이 넘도록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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