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2일 경기도 안성 금수원 압수수색에 투입된 검찰 수사관들이 대강당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 때 유병언 전 세모그륩 회장의 측근인 양회정씨는 금수원의 자재창고 안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6.12 / 안성=연합뉴스
유병언 놓친 검·경, 측근도 코앞에서 두번이나 놓쳐
순천 연수원에서 도망칠 때도 아무도 지키지 않아
양씨 “회장님 사망 뉴스 보고 알아…소주병 이상해”
순천 연수원에서 도망칠 때도 아무도 지키지 않아
양씨 “회장님 사망 뉴스 보고 알아…소주병 이상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허점투성이 검거 작전으로 망신을 당한 검찰과 경찰이 유씨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가 경기 안성의 금수원에 있는데도 압수수색 때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신처를 덮쳤으나 벽 뒤에 숨은 유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의 주검을 확보하고도 알아보지 못해 40일간 대대적인 체포작전을 벌인 검경은 ‘3차 타격’을 입게 됐다.
인천지검은 29일 아침 6시30분께 검찰청 당직실에 전화로 자수 의사를 밝히고 두시간여 뒤 청사에 나타난 양씨를 상대로 도피 과정과 유씨의 최후 행적 등을 조사했다. 양씨는 5월3일 안성의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 집에 있던 유씨를 벤틀리 승용차에 태워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으로 갔고, 검찰 검거팀이 같은 달 25일 송치재 일대를 수색할 때 달아나 금수원으로 들어갔다.
양씨는 검찰에서 자수 직전까지 금수원에 있었고, 검경이 금수원에 대한 3차 압수수색을 실시한 6월12일에도 금수원 내부에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자수 직전에 한 주간지 <시사인> 인터뷰에서도 “(6월12일 압수수색 당시) 자재창고 쪽에 조그만 공간을 확보해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검경은 대규모 인력으로 수배자 검거 등을 위한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검찰 수사관들이 금수원 강당에서 낮잠을 자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비난을 산 바 있다.
양씨가 유씨가 머물던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 근처 연수원에서 도망친 과정도 허술한 검거작전의 실상을 보여준다. 양씨는 인터뷰에서 “(5월25일) 새벽 12시 반쯤 잠이 들었다가 일찍 깼는데, 불빛이 지나가더니 이 밤에 차가 주차를 했다. 세 사람이 내리더니 ‘유병언, 유대균이 여기에 있다’고 전화를 했다”며 “옷 갈아입고 그냥 나왔는데, 파수꾼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그길로 전주로 도망쳐 처제를 만나 “회장님을 구하러 가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금수원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양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양씨는 유씨 도피를 총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김아무개(59·일명 ‘김엄마’)씨와 자신의 아내 유아무개(52)씨가 검찰의 불구속 수사 방침에 따라 전날 자수한 것을 보고 도피 생활을 끝내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양씨의 자수로 유씨의 도피와 관련된 주요 수배자는 모두 검거됐다. 하지만 검찰이 유씨를 놓친 날까지 그와 가까운 곳에 있던 양씨는 유씨의 최후 행적에 대해 의미 있는 진술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는 유씨 사망 소식도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언론 인터뷰에서 유씨 주검이 어두운 색의 옷을 걸친 것에 대해 “회장님은 아이보리 계통 상하의를 입고 있었으며, 평소 밝은색을 입는다. (주검 옆에서 발견된) 소주병 이런 것도 이상하다”고 말해, 의혹을 키우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양씨는 유씨 주검이 신고 있던 신발은 그의 것이 맞다고 밝혔다.
양씨는 또 금수원에서 ‘김엄마’와 “순천에 회장님을 두고왔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대화를 수차례 나눴지만, 유씨를 구하기 위한 별다른 활동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진술대로라면, 5월25일 밤 검찰이 유씨를 놓친 이후 6월12일 주검으로 발견될 때까지에 관해 측근들한테서 나올 정보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씨 사인을 ‘불명’이라고 밝히자 의혹 해소를 위해 순천 현장에서 유류품 수거와 목격자 확보에 나섰지만 사인 규명은 끝까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지난 6월12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는 구원파 신도들을 검거하기 위해 검찰이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뒤 경찰이 금수원 앞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2014. 6. 12안성/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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