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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농락당한 검찰, 양회정 결국 불구속

등록 2014-07-30 20:04수정 2014-07-31 00:36

자수하면 풀어준다 밝혀 놓고
양씨 구속영장은 무리수 판단
최재경 지검장 사퇴 불구
‘무능수사’ 다시 책임론 후폭풍

김엄마 “주검 옆 천가방 내 것”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작전’에서 그의 측근들에게 농락당한 검찰이 후폭풍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찰은 30일, 전날 자수한 유씨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를 결국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인천지검은 양씨를 상대로 유씨와 함께 도피한 경위를 이틀째 조사했다. 양씨는 5월25일 새벽 전남 순천 송치재에서 검찰의 급습을 눈치채고 달아난 뒤 유씨 행적을 알지 못한다는 진술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5월25일) 시간상 이미 늦었다고 판단해 유씨를 구하러 돌아가지 않았다. 순천에서 빠져나온 뒤 유씨를 접촉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의 자수는 검찰한테 성과가 아니라 역효과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 그가 검찰과 경찰이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대대적 압수수색을 한 6월11~12일에 금수원 안 자재창고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미 유씨를 코앞에서 놓치고 주검까지 40일간 알아보지 못한 검찰과 경찰 입장에서는 또다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양씨의 ‘비밀공간’에 두번 당한 꼴이다. 5월25일 밤 유씨가 몸을 숨긴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 비밀공간은 인테리어 업자 출신인 양씨 작품이다. 6월11~12일 금수원 압수수색에는 탐침봉까지 동원됐고, 수색 연인원은 1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창고 안에 공간을 만들어 숨은 양씨를 잡아내지 못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검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당에 다시 이런 사실이 불거지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인도피 혐의로 양씨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했으나 결국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양씨는 하루 앞서 자수한 ‘김엄마’(59)와 아내 유아무개(52)씨가 당일 조사를 받고 풀려난 것을 보고 자수했다고 진술했다. 자수하면 구속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선처 약속을 믿고 금수원 도피 생활을 끝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씨는 앞서 구속된 이들보다 유씨 도피에 적극적 역할을 했고, 자수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금수원 압수수색 때 그 안에 있었다고 밝혀 검경에 망신을 안기기도 했다. 그렇지만 유씨가 숨진 마당에 불구속 약속을 뒤집을 수 없었던 셈이다.

일망타진식 수사의 ‘뒷마무리’를 맡은 격인 법원도 사건의 실체뿐 아니라 여론도 살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됐다.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된 이들 중 한 명은 최근 보석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유씨와 큰아들 유대균(44)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한 이는 15명,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는 3명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유씨 등 핵심 인물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변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측면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유씨가 사망해 구속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28일 자수한 ‘김엄마’한테서 “유씨가 도피 당시 평소와 달리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6월12일 주검이 발견된 장소에 있던 천가방은 내가 순천에 놓고 온 것”이라는 진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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