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범 사진가.
[짬] 굴업도 사진전 여는 호주동포 이수범 사진가
자연과 동화된 섬 사람 아름다워
왜 굳이 이 작은 섬에 관광단지…
‘섬 상처’ 담은 사진·설치물 전시 -굴업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호주에서 전시를 열고 있을 때 ‘굴업도를 사랑하는 예술인들의 모임’ 회원 중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굴업도 이야기를 했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핵폐기물 관리시설 후보지로 선정되었다가 철회되었다는 것과 씨제이(CJ)그룹이 섬을 사들여 골프장을 짓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연은 스스로 억지스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굴업도를 아끼고 지키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명히 이미 많은 국토가 도시화되었고 이런 현대문화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무언가를 그 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굴업도의 환경 속에서 휘청거림 없는 소박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금 그대로인 섬으로 지켜지길 바라면서 전시회를 준비했다.” -굴업도 작업은 언제부터 했나? 작업 내용을 들려달라. “지난 2월쯤에 가서 작업을 구상했다. 설치작업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섬 현지에서 가져온 어민들의 그물과 알루미늄밥상을 썼다. 섬 현지에서 한 할머니 댁에서 식사를 대접받을 때 밥상이었던 알루미늄 쟁반에서 힌트를 얻었다. 또 하나의 설치작업은 굴업도의 파노라마사진 위에 전시 관람객들이 굴업도에 관한 메시지를 쓸 수 있도록 사인펜을 달아둔 작품이다.” -굴업도에 처음 가보니 어떻던가? “현대화된 건물이 없고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소박한 어부들이 자연과 동화된 삶을 살고 있어서 아주 아름다웠다.” -지난 23일 씨제이그룹은 골프장 건설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으나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합법적으로 섬을 매입해 관광단지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내가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런 경제논리가 굳이 이 작은 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한국에 관광단지가 그렇게 부족한가? 인천의 환경단체 등 전문가들의 의견과 섬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굴업도 주민들 중에는 관광단지 조성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알고 있다. “70% 정도의 주민들이 찬성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이 들어와 보상한다고 하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는데 그렇게 작은 섬에서 주민들이 서로 의견이 갈리게 된 것도 슬픈 일이다.” -호주에서는 어떤 작업을 주로 했나? “시드니 안에 코카투란 섬이 있다. 이곳은 그전까진 일반인들에겐 공개가 되지 않았던 곳으로 공장지대였고 오염된 곳이었다. 2007년에 시민단체와 예술가들이 노력하여 유럽에서 온 죄수들이 지은 건물 등 기존의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여 예술섬으로 개조하였다. 그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아직 공개하진 않았다. 그 밖에 정체성을 잃고 현지화돼가는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지니의 삶을 4년째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다.” 류가헌의 전시장에서는 민병훈·이세영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너를 부르마>도 같이 상영되고 있다. 개발 위기에 처한 굴업도의 현실을 담아낸 내용이다. 8월2일 오후 5시에는 사진가 이수범, 영화감독 민병훈을 만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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