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들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가족과 함께 쫓겨난 40대 장애인 가장이 분신해 숨졌다.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31일 낮 12시46분께 2급 지체장애인인 A(49)씨가 인천시내 자신이 세들어 살던 아파트 1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A씨가 살던 33평형짜리 집이 올해 3월 경매에서 낙찰되면서 새 집주인 B씨가 이날 오전 강제 집행을 마친 뒤였다. A씨는 부인(49), 딸(11), 아들(9)과 지난해 4월부터 이 집에 거주해왔다.
경찰이 확인한 엘리베이터 CCTV 화면상으론 A씨가 자신이 타고 있던 휠체어 뒷주머니에서 하얀색 플라스틱통을 꺼낸 뒤 14층에 도착하자마자 이 통 안에 든 인화물질을 몸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A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불이 번지기까지는 불과 4초가량 걸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강제 집행이 진행되던 시간 A씨는 집안에 없었고, 나머지 가족들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피해 아파트 1층에 나와 있었다. A씨는 강제 집행 사실을 알려주는 부인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A씨가 인화물질을 어디서, 언제 구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씨가 올라간 뒤 연기가 나고 비명 소리가 들리자 A씨의 부인과 자녀 2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으로 올라갔다. 가족들은 모두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도착하면서 불은 분신 약 10분 만에 꺼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가 전세보증금 2500만원마저도 가압류에 걸렸다는 사실을 오늘 뒤늦게 알고서 충격을 받고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마땅한 직업 없이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한편 강제 퇴거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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