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상고심 사건을 나눠 맡을 상고법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상고법원 설치 및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법관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이날 대법원이 내부 전산망에 올린 ‘상고법원안’ 문건을 보면, 대법원은 통일적 법령 해석과 적용이 필요한 사건이나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사건을 심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대신 상고법원이 일반 사건의 상고심을 전담한다. 이때 대법원과 상고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나눠맡는지에 관심이 몰리는데, 대법원은 사건 분류 방식을 크게 두 갈래로 압축했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가 제기된 사건을 심사해 직접 상고심을 맡을지 상고법원으로 보낼지 구분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법원 사전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자 하는 사건 관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심사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부담은 남는다. 상고법원 또는 항소심 법원이 사건을 구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이의제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민사·가사·행정 사건은 소송 가액을 기준으로 삼고, 형사사건은 형량을 기준으로 대법원 심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또 항소심 법원에 따라 고등법원 사건은 대법원이 심리하고, 지방법원 항소부가 맡았던 사건은 상고법원이 심리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재판 절차에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계적 구분 과정에 법리적 의미나 영향력이 무시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사건 가운데 사회적 영향력이나 법령 해석의 필요성이 큰 사건은 대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또 상고법원 판결은 최종심으로 기능하지만, 법령 해석 등에 잘못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법원에 심판을 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대법원은 내부 의견을 수렴한 뒤 올 하반기 안에 상고법원 설립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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