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5일 검찰이 전남 순천 송치재 주변 별장을 압수수색할 당시 유병언씨가 몸을 숨긴 곳으로 알려진 별장 내 2층 은신처를 경찰이 7월23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경찰청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했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제보 전화를 받고도 이를 묵살한 전남 순천경찰서에 대해 감찰에 들어갔다고 4일 밝혔다.
순천경찰서의 유선 통화기록까지 공개해가며 “제보 전화는 없었다”던 경찰의 설명이 ‘거짓말’이 됐기 때문이다. 통화기록이 남지 않은 이유는 제보자인 제아무개(54)씨가 114 안내전화를 통해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114로 번호를 문의한 뒤 1번을 눌러 바로 연결하면 통화내역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확인차 경찰청에서 114를 통해 순천경찰서 쪽으로 8차례 전화를 걸어봤는데, 기록이 남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제씨가 공개한 ‘114 이용 사실증명원’을 보면 그는 5월20일과 26일, 28일, 29일 등 모두 4차례 순천경찰서 정보과와 수사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정보과 근무자 3명과 수사과 근무자 1명 등 모두 4명이다. 이 중에서 단순한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정보과 근무자 1명을 제외하면, 3명의 경찰이 ‘별장 내 비밀공간’에 대한 제보를 묵살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 가능성, 제보를 받고 상부에 보고했는지 여부, 제보를 묵살한 이유 등과 관련해 이 청장은 “감찰을 통해 우선 사실관계를 조사해봐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경찰이 공식 감찰에 착수했지만 실제 징계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이 청장 본인의 거취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씨의 사망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경찰청장 사퇴설’이 제기됐지만, 이 청장은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경질하며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제보 묵살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청장이 실무선 징계로 끝내려 할 경우 부하 직원들을 방패 삼아 자리를 보전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청장은 “유병언 일가가 관내에서 상당 기간 머무른 사실이 확인된 지휘관에게는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지만, 경기도 용인의 오피스텔에서 유씨의 장남 유대균(44)씨가 석달가량 은신한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관할 지휘관 문책 여부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날 이 청장은 “순천서장과 전남청장의 경우 유씨를 무연고 변사자로 간주한 귀책사유가 명확해 우선 책임을 물었다. 다른 관할 지역의 경우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송호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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