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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정에서까지 진실 숨기려는 군

등록 2014-08-05 20:21수정 2014-08-05 21:41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관련 재판이 열린 5일 오전 경기 양주시 은현면 28사단 군사법원에서 군인들이 피의자를 태운 호송버스가 지나가는 동안 줄을 서 일반인들이 접근을 막고 있다. 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관련 재판이 열린 5일 오전 경기 양주시 은현면 28사단 군사법원에서 군인들이 피의자를 태운 호송버스가 지나가는 동안 줄을 서 일반인들이 접근을 막고 있다. 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현장에서
한달 넘게 이어진 구타와 가혹행위 끝에 숨진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사건은 충격적이다. 입대 전 지극히 평범했던 병사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변해가는 동안 군은 이를 방치하거나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병영 관리’는 허울뿐이었다. 군에 자식을 보냈거나 보낼 부모들은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일벌백계를 해 완전히 뿌리뽑으라”고 했지만, 군은 여전히 감추고 숨기려는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윤 일병이 숨졌을 때 군은 사고 당일, 사고 순간의 폭행만을 공개했다. 냉동식품을 먹던 중 우발적 구타로 기도가 막혀 숨졌다는 식의 설명이었다. 군은 5월2일 가해 병사들을 기소하는 시점에는 단순 구타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집요한 폭행이 한달 넘게 이어졌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난달 31일 군인권센터가 이런 내용을 공개하기 전까지 처참한 수준의 병영 관리 실패를 덮어뒀다. 은폐하고 축소하다 결국 정권의 ‘파국’을 자초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문제가 커지자 군은 국회 국방위원회가 열린 4일 윤 일병 사건을 정리한 4쪽짜리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군 지휘부의 ‘면피’는 여기서도 재현됐다. 국방부는 “육군 지휘부는 윤 일병 사망 직전 사건을 인지했으며, 사망 직후 이를 언론에 발표했다”고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그사이 했다는 육군 부대 정밀진단, 육군 참모총장 주관 지휘관 화상회의, 폭행·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육군 일반명령 하달 등 ‘주요 조치’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제시한 사고 원인은 실소를 자아낸다. “포병대대 전 인원 두발·복장 등 전반적인 외적군기 문란”, “폭행을 목격하고도 미신고”, “가해 주도자에게 모든 병사들이 저항의지를 상실”했다는 ‘분석’은 지휘관의 감독 소홀과 병력 관리 부실을 인정한 부분까지 무색하게 만든다.

박기용 기자
박기용 기자
5일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도 군의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단층인 법원 건물과 부대막사, 연병장, 수송트럭이 전부였는데도 초병들은 카메라를 든 취재진의 촬영을 제한했다. ‘군사기밀’이 찍힐 리 만무한데도 초병들은 연신 “안 된다”며 제지했다. 이들은 민간 법정에서는 당연시되는 휴대전화의 반입까지 막으려 했지만, 군을 믿지 못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 법정감시단이 밀려들자 수거에 ‘실패’했다.

사고가 난 28사단 부사단장이자 가해자들 재판의 심판관을 맡은 대령은 “장내가 정리돼 있지 않아 재판 진행이 어렵다”며 의자가 없어 서 있는 일부 방청객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법정 감시를 하러 온 김아무개씨는 “군이 반성은커녕 여전히 권위를 앞세우는 것 같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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