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해경한테 대통령 보고를 위한 현장 영상을 휴대전화로 보내 달라고 재촉했다. 다큐멘터리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화면 갈무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뉴스타파’ 다큐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화제
“300여명의 생명을 모두 떠나보낸 것은 무책임한 정부”
“300여명의 생명을 모두 떠나보낸 것은 무책임한 정부”
▷바로 보기 : 다큐멘터리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사고가 벌어진 4월16일 밤, 구조 상황이 너무 궁금한 가족들은 돈을 갹출해 어선을 빌려 침몰 현장을 찾아갔다. 잔잔한 파도에도 해경은 수면 위로 떠오른 뱃머리 부근만 빙빙 돌며 아무도 구조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었다. 배 위의 가족들은 “내가 들어가겠다”며 바다에 뛰어들려 했고, 다른 가족이 울며불며 붙잡았다. 얼마 뒤 바다는 소용돌이쳤다. ‘골든타임’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갔다.
팽목항으로 돌아오자 기다리던 다른 가족들이 몰려나왔다. “현장 상황이 어때요? 구조활동은 하고 있어요?” 어선에서 내린 가족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라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 순간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대규모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언론은 이를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었다.
사고 당일, 해경이 구조활동보다 청와대 보고에 매달렸다는 정황도 구체적으로 포착됐다. 사건 초기 구조 지원을 위해 ‘해경 3009호’ 지휘함에 탑승했던 한 민간 잠수사는 “청와대 쪽에서 워낙 많은 전화가 와 해경청장이 회의를 주관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누가 ‘이렇게 해보자’ 했어야 했는데, 해경청장이 전화받느라 회의가 안 됐다”고 말했다. 다른 민간 잠수사에게서 “해경청장이 회의를 하자며 5분 앉아 있다가 라면을 끓여 먹고 가버린 적도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팽목항 구조 현장 다녀온 가족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요” 울분
뉴스엔 계속 “대규모 구조 활동중”
‘거짓’ 정부 발표가 나오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100일 맞이 다큐멘터리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세월호 골든타임>)는 구조의 골든타임에 청와대와 해경 등 ‘국가’가 아무것도 한 게 없음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유병언씨와 선원들이었다면 300여 생명을 모두 떠나보낸 것은 무능·무책임한 정부였다는 점을 생생한 현장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이 절로 깨닫게 한다. 다큐 연출자인 임유철 피디는 “단 한명의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것을 두고 그냥 ‘무능’이란 한마디로 눙치고 넘어갈 순 없다”고 했고, 송원근 피디는 “사고 발생 72시간 안에 정답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큐는 <뉴스타파>와 ‘4·16 기록단’의 공동작업물이다. 기록단은 지상파 방송을 제작하는 프리랜서 피디들이 모인 ‘한국독립피디협회’ 회원들이 꾸린 프로젝트 모임이다. 원래 <세월호 골든타임>을 공동 연출한 임유철·한경수·송원근 피디는 내년 4월, 사고 1주년을 목표로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잊혀가고 새누리당이 유가족을 노숙자라고 ‘모욕’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세월호 사고에서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 짚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고들어 갈수록 질문의 가짓수는 늘어났다고 피디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다큐에 담긴 영상 대부분은 방송사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쓰임이 달랐다. 16일 밤, 17일 새벽 영상도 모든 방송사가 공유하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17일 오전 “정부가 밤새 수색작업을 벌였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도했다.
‘뉴스타파’ ‘4·16 기록단’ 공동작업
“방송사들 다 갖고 있는 영상
진실을 찾는 게 중요했다” 연출진은 다큐 제작 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들은 유족들을 “양심의 공동체”라고 불렀다.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진상 규명’을 뺀, 모든 욕망이 사라진 사람들 같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얘기되는 특례입학과 의사자 지정 등 ‘보상’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항목도 가족들이 바라거나 제안한 게 아니다. 연출자들은 “돈으로 덮으려는” 정치권의 유혹 탓에 가족들이 분열되거나 지쳐서 포기하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했다. “세월호를 관통하는 핵심은 돈이에요. 돈에서 시작됐는데 돈으로 끝을 보려는 거잖아요. 가족위가 꺾이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요.”(임 피디) “이 싸움이 보상금으로 덮이면 우리 사회는 돈의 노예가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한쪽에선 돈으로 덮으려 하고 국민은 피로감에 잊으려 하고…. 이게 지금 저희의 현실이라면 그것도 고스란히 기록할 겁니다.”(한 피디) “세월호는 보통사람들이 ‘내가 이걸 당했더라면’이란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골든타임 72시간을 돌이켜 그때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송 피디) 다큐가 공개된 뒤 세월호 유가족들은 연출진한테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동안 쌓인 답답함을 그나마 덜어줬다는 이유에서다. 임 피디는 “저를 ‘기레기’로 보며 거리를 두던 한 가족분이, 다큐를 보고 난 뒤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셨다”고 했다. 연출진은 세월호 다큐 2편을 준비하고 있다. 김효실 이정국 기자 trans@hani.co.kr ▷ 관련 기사 : 뉴스타파 세월호 다큐…온라인에서 조용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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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밤 세월호 침몰 현장의 바다는 잔잔했으나 구조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화면 갈무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책회의에 참석한 민감 잠수사는 “해경청장이 회의하자고 해놓고 5분 앉아 있다가 라면 끓여 먹고 가버렸다”고 증언했다. 다큐멘터리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화면 갈무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요” 울분
뉴스엔 계속 “대규모 구조 활동중”
‘거짓’ 정부 발표가 나오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100일 맞이 다큐멘터리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세월호 골든타임>)는 구조의 골든타임에 청와대와 해경 등 ‘국가’가 아무것도 한 게 없음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유병언씨와 선원들이었다면 300여 생명을 모두 떠나보낸 것은 무능·무책임한 정부였다는 점을 생생한 현장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이 절로 깨닫게 한다. 다큐 연출자인 임유철 피디는 “단 한명의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것을 두고 그냥 ‘무능’이란 한마디로 눙치고 넘어갈 순 없다”고 했고, 송원근 피디는 “사고 발생 72시간 안에 정답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큐는 <뉴스타파>와 ‘4·16 기록단’의 공동작업물이다. 기록단은 지상파 방송을 제작하는 프리랜서 피디들이 모인 ‘한국독립피디협회’ 회원들이 꾸린 프로젝트 모임이다. 원래 <세월호 골든타임>을 공동 연출한 임유철·한경수·송원근 피디는 내년 4월, 사고 1주년을 목표로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잊혀가고 새누리당이 유가족을 노숙자라고 ‘모욕’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세월호 사고에서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 짚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고들어 갈수록 질문의 가짓수는 늘어났다고 피디들은 입을 모았다.
이번 다큐를 공동 연출한 송원근 피디(왼쪽부터)와 한경수 피디, 임유철 감독.
“방송사들 다 갖고 있는 영상
진실을 찾는 게 중요했다” 연출진은 다큐 제작 과정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들은 유족들을 “양심의 공동체”라고 불렀다.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진상 규명’을 뺀, 모든 욕망이 사라진 사람들 같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얘기되는 특례입학과 의사자 지정 등 ‘보상’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항목도 가족들이 바라거나 제안한 게 아니다. 연출자들은 “돈으로 덮으려는” 정치권의 유혹 탓에 가족들이 분열되거나 지쳐서 포기하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했다. “세월호를 관통하는 핵심은 돈이에요. 돈에서 시작됐는데 돈으로 끝을 보려는 거잖아요. 가족위가 꺾이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요.”(임 피디) “이 싸움이 보상금으로 덮이면 우리 사회는 돈의 노예가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한쪽에선 돈으로 덮으려 하고 국민은 피로감에 잊으려 하고…. 이게 지금 저희의 현실이라면 그것도 고스란히 기록할 겁니다.”(한 피디) “세월호는 보통사람들이 ‘내가 이걸 당했더라면’이란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골든타임 72시간을 돌이켜 그때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송 피디) 다큐가 공개된 뒤 세월호 유가족들은 연출진한테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동안 쌓인 답답함을 그나마 덜어줬다는 이유에서다. 임 피디는 “저를 ‘기레기’로 보며 거리를 두던 한 가족분이, 다큐를 보고 난 뒤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셨다”고 했다. 연출진은 세월호 다큐 2편을 준비하고 있다. 김효실 이정국 기자 trans@hani.co.kr ▷ 관련 기사 : 뉴스타파 세월호 다큐…온라인에서 조용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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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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