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국내 연구진이 누르거나 구부리기만 해도 전기를 생산하는 압전소자를 이용해 반영구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자가발전 심장박동기 실험에 처음 성공했다. 지금은 심장박동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런 불편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건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보영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 소자보다 40배의 전력을 생산하는 압전나노발전기를 만든 뒤 쥐한테 이식해 심장을 자극함으로써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게 만드는 실험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압전나노발전기는 화학작용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압력이나 구부러짐 등 물리적인 힘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압전물질을 이용해 만든 소형 발전기를 말한다. 압전물질은 2000년대 중반부터 물질 분야에서 관심을 받아온 소재로, 연구팀은 ‘단결정 피엠엔-피티(PMN-PT)’라는 압전 박막으로 8.2볼트의 전압과 0.22밀리암페어의 전류를 생산할 수 있는 나노발전기를 만들었다.
이건개 교수는 “이는 기존 소자보다 40배 가까이 많은 전력 생산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말한다. 이 정도의 전력이면 현재 임상에서 적용하고 있는 인공심장박동기를 충분히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심장박동기와 파킨슨병 치료용 전기자극기 등 생체이식형 의료기기 시술은 미국에선 한해 2만건, 한국도 한해 500건에 이른다. 하지만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를 몇개월에서 몇년 주기로 갈아줘야 해 노약자의 경우 시술 도중 감염·출혈 등 위험이 크다. 심장박동기 시장은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스가 독점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이 10조원에 이른다.
재료 분야 유명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7월23일치(현지시각) 표지
연구팀은 압전나노발전기를 전극에 연결하고 자극바늘을 실험 쥐의 심장에 고정시킨 뒤 발전기를 굽혔다 펴니 쥐의 심전도가 변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를 이용하면 쥐의 심장 박동을 규칙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압전나노발전기를 심장박동기에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남는 에너지로 심장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이로써 부정맥과 같은 심장의 이상 증후를 미리 진단해 심장마비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임상에 적용되는 심장박동기는 에너지 존속 기간을 늘리느라 블랙박스 정도를 가동할 뿐 예방을 위한 사전 진단시스템까지는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의 성과는 재료 분야 유명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7월23일치(현지시각)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