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배치뒤 암기강요·욕설 시달려
“선임병탓 우울증…간부관리 소홀”
“선임병탓 우울증…간부관리 소홀”
‘윤 일병 사건’으로 군대 폭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010년 숨진 민아무개(당시 20) 이병의 유족이 서울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민 이병은 2010년 3월 육군에 입대해 그해 6월9일 5기갑여단에 배치받은 뒤 한달여 만인 7월10일 영내 야산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민 이병은 선임병들의 암기 강요와 욕설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이병 부대에서도 병사들에 대한 관리체계는 엉망이었다. 판결문을 보면, 민 이병은 전입 직후 인성검사에서 ‘인성 면에서 관심을 요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심리현상을 보이며 자포자기에 의한 우발행동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후속 조처는 전무했다.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은 전입 당시 형식적 면담을 한 차례 했을 뿐 민 이병의 부대 생활 적응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보훈지청에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이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민 이병은 선임병들 탓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우울증이 생겼고 간부들의 관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증세가 더욱 악화해 자살했다”며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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