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 “2천여만원 수수
대가성·청탁 관련은 인정 어려워”
‘제식구 감싸기 수사’ 비판 일듯
대가성·청탁 관련은 인정 어려워”
‘제식구 감싸기 수사’ 비판 일듯
검찰이 정아무개(45) 수원지검 부부장검사가 ‘강서 재력가 살인 사건’ 피해자 송아무개(67)씨한테서 2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면직 권고’를 하는 데 그쳤다. “‘대가성’ 입증이 어려워서”라고는 하지만 ‘관피아’ 수사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자기 식구’에게는 관대한 모습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정 검사가 송씨한테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고 7일 밝혔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이날 정 검사의 면직 처분을 권고했다. 면직은 공직을 떠나게 하는 것이지만 ‘처벌’은 아니며, 공직 재임용 제한과 연금 삭감 등이 따르는 해임이나 파면에 견줘 가벼운 처분이다.
감찰본부는 송씨가 작성한 ‘매일기록부’를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정 검사가 송씨한테서 ‘설날 세뱃돈’ ‘추석 용돈’ ‘유럽 간다고’ ‘유럽 갔다 와서’ 등의 명목으로 현금 1800만원을 받고, 식비 159만1000원도 대납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감찰본부는 이 가운데 징계시효(5년) 안에 있는 2010년 9월25일(300만원)과 2011년 9월10일(500만원)의 금품수수 사실을 징계 사유로 삼았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정 검사의 금품수수 시점에 장부에 기재된 다른 금전출납 기록 등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했다. 매일기록부의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검사는 송씨와 2~3차례 만나 식사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품수수 사실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호 감찰본부장은 정 검사를 형사처벌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대가성이나 청탁과 관련한 알선 사실을 인정하기는 부족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감찰본부는 정 검사가 송씨의 형사사건을 수사하던 검사와 통화했는지 파악하려고 통화 내역을 분석하고, 송씨의 사건기록을 조회했는지도 확인했지만 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가 철저했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이 사건으로 소환한 인사는 정 검사 등이 언급된 매일기록부 내용을 지운 송씨의 아들과 정 검사 등 4명에 불과하다. 정 검사 집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전혀 하지 않았다. 또 송씨의 형사사건 담당 검사도 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감찰위원회의 면직 권고에 따라 법무부에 같은 내용으로 정 검사의 징계를 청구했다. 김 총장은 지난달 중순 서울남부지검이 송씨 살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정 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대검 감찰본부에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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