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의 감사는 대통령님의 국정철학과 문화관광 정책을 이해하고 한국관광공사 사장님의 경영 방침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극대화 하는데 일조해야 합니다.”
지난 6일 한국관광공사 신임감사로 임명된 방송인 자니윤(78·본명 윤종승)씨가 감사 선정과정에서 제출한 1장짜리 자기소개서 가운데 일부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윤 감사가 한국관광공사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본인의 업무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등 임명과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윤 감사의 자기소개서는 공기업의 부정부패를 감시해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고, 윤리 경영을 유도해야 하는 감사 역할과 거리가 먼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저의 모든 해외네트워크를 동원하고 한국관광공사 사장님을 보좌해 해외투자를 유치하고자 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또 “객관적인 시각에서 직원들의 업무를 감사해 한국관광공사의 경영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자기소개서에 담았다. 그는 “2007년 해외동포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인연으로 박근혜 대통령님의 대선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했다”고 썼다.
윤씨의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명은 현재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씨는 한국관광공사가 감사 심사기준으로 제시한 ‘경영감시·견제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관광산업 및 관련분야 전문적 지식’ 등과도 거리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노동조합은 윤씨 임명 당일인 지난 6일 ‘보은인사의 끝판왕, 상임감사 임명’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감사 직위에 관광산업 경험이 전무한 방송인 윤씨가 임명된 것은 정부가 아직도 공공기관 사장과 상임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다”며 비판한 바 있다.
유은혜 의원은 “한국관광공사는 2013년 기준 부채가 1195억원이나 되며 올해 정부기관평가에서도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다”며 “관광공사의 경영을 감시하고, 비리나 부정을 적발해야 하는 중책에 감사 업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윤씨를 임명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또 하나의 적폐다”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