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입법 로비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신계륜(60)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같은 당 김재윤(49)·신학용(63) 의원의 출석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조현룡(69)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요청안의 국회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의 향배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조현룡 의원 체포동의안을 11일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체포동의안은 국회에 접수된 뒤 열리는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보고 뒤 24~72시간 안에 표결 처리하도록 돼 있다. 여야는 13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열 예정인데, 보고가 이날 이뤄지면 14~16일 사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15일부터는 연휴여서 실제 표결이 가능한 날은 14일뿐이다. 표결을 진행하려면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출석해야 하는데 연휴를 앞둔 14일 이 숫자가 채워질지는 미지수다. 검찰 안팎에서 ‘72시간’이라는 처리시한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 의사국은 ‘처리시한을 넘긴 체포동의안을 같은 회기의 본회의에 회부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처리시한을 넘길 경우 이달 19일 끝나는 임시국회에선 처리할 수 없고, 이달 2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다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처리시한을 넘긴 체포동의안에 여야가 발벗고 나설 공산은 크지 않다.
현재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여야 의원은 모두 5명이다.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의원에 이어, 같은 당 박상은(65)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도 체포동의안 처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여야 의원의 숫자에 균형을 맞췄다고 볼 수 있지만, 되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여당과 야당이 이심전심으로 체포동의안 처리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 이 경우엔 섣불리 부결시켜 여론의 비난을 받기보다는 ‘처리 않고 뭉개기’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 72시간 처리시한을 넘긴 체포동의안이 장기표류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08년 9월4일 김재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72시간 안에 처리되지 않은 채 계속 미뤄졌고 결국 검찰은 국회의 회기가 끝난 뒤인 2009년 3월4일 김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이미 의원직을 잃은 김영주(60)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2월, 7월 1, 2심 재판에서 잇달아 실형이 선고돼 체포동의안이 두 차례나 제출됐지만 결국 72시간 처리시한을 넘겼고, 의원직을 잃고 난 지금까지도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원포인트’ 본회의가 열려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13일 본회의에서 표결하지 않으면 방탄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9일 불출석한 신계륜 의원에게 이번주 초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다시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신 의원은 소환 예정 당일인 9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김재윤 의원은 “당과 조율해 저는 14일,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각각 12, 13일 출석하기로 했고, 검찰에도 이미 알렸는데 마치 소환에 불응하는 것처럼 검찰이 언론에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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