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가해 병사들이 5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이 끝난 뒤 호송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윤 일병 사망 사건 1~3차 공판 기록 단독 입수]
부검의 “그럴 가능성 있다” 인정
“부검 전 구체적 폭행상황 몰랐다”
단순히 주검만 살펴봤다는 뜻
부검의 “그럴 가능성 있다” 인정
“부검 전 구체적 폭행상황 몰랐다”
단순히 주검만 살펴봤다는 뜻
윤아무개 일병 사망사건 공판에서는 그의 사인을 두고 군검찰이 증인으로 부른 국방부 부검의와 변호인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세 차례 공판 중 유일한 ‘법정 공방’이었다.
부검의는 윤 일병이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죽었다”고 했지만, 가해자 쪽 변호인은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뒤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가 막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신이 대리하는 병사가 주범인 이아무개 병장과 달리 사망을 부른 폭행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10일 열린 3차 공판에는 윤 일병을 부검한 윤아무개 부검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부검의는 ‘부검 감정서’에 쓴 그대로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거듭 밝혔다. “처음에는 폭행에 의한 사망을 생각했다. 하지만 부검을 해보니 장기손상은 비장이 살짝 찢어진 부분밖에 없었고, 기도에 음식물이 있었기 때문에 (질식사로) 추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폭행에 의해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윤 부검의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윤 일병이 숨지기 전) ‘물을 마시고 싶다’ 등의 얘기를 한 것으로 봐서 기도폐쇄로 인해 호흡이 곤란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기도가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는 제대로 말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부검의도 이 사실은 일부 인정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기 힘들지만,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기도가 막힌 경우라면 말을 또박또박 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병장 등은 윤 일병이 의식을 잃기 약 2분 전인 4월6일 오후 4시30분 물을 마시고 싶다는 윤 일병의 동작이 느리고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이 상병과 함께 윤 일병의 배를 10여차례 가격했다.
변호인은 부검 전에 폭행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도 캐물었다. 그러나 부검의는 “부검을 하기 전에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말했다. 사건의 맥락은 모른 채 단순히 시신만 살펴봤다는 뜻이다.
부검의는 의식을 잃고 나서 음식물이 역류했을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부검의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지금과 같이 폭행이 있다든지, 아니면 소화가 안 된다든지, 과음을 했다든지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변호인이 재차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나서 음식물이 역류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부검의는 “그렇다”고 답했다.
서영지 기자
▷ 관련 기사 : [단독] 수사 오죽 부실했으면…가해자 변호사가 “살인죄로 바꿔야”
▷ 관련 기사 : [단독] 폭행 의도 안 묻고 간부 조사 안 하고…헌병 ‘대충 수사’ 일관
▷ 관련 기사 : [단독] 공판 핵심 증인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
인권운동가 박래군 “MB 정부 때부터 군내 폭력·사망 사건 증가”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닷새 뒤인 4월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