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심리하고 있는 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심판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월17일 1심 선고 공판 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재판부 “이석기 내란 음모 무죄…혁명조직 실체 불인정”
‘정당 해산 청구’ 논리 궁색해져…헌재 판단에 영향 줄 듯
‘정당 해산 청구’ 논리 궁색해져…헌재 판단에 영향 줄 듯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가 11일 통합진보당(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내린 무죄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심리하고 있는 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 의원의 형사재판과 위헌정당해산 소송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위헌성 판단의 주요 근거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날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법무부의 논리가 궁색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법무부는 심판 청구 초반부터 내란음모에 나선 ‘아르오’(RO·혁명조직)의 위헌성을 위헌정당해산의 근거로 삼고 있었다. 진보당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아르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외부 조직으로, 아르오 구성원이 당의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실제 인적사항이 확인된 아르오 구성원 가운데 진보당 당원의 비율이 80~90%에 이른다며 두 조직이 사실상 동일한 의사결정구조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진보당의 핵심=아르오 조직원’이므로 진보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아르오의 실체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의원 등의 ‘개인적 선동’은 있었을지언정 내란음모 혐의를 충족할 만큼 실체적 위험을 가진 조직의 실체는 없었다는 뜻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고윤덕 변호사는 “법무부는 위헌집단 아르오가 진보당을 숙주로 삼아 당의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논리로 진보당의 위헌성을 주장했다”며 “항소심에서 아르오의 실체가 부정된 만큼 헌재의 판단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위헌정당해산 사건 심리 과정의 7가지 핵심 쟁점에 ‘아르오 구성원의 활동 중 정당 활동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아르오 사건을 진보당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를 선정하기도 했다.
헌재는 또 법원의 사실 판단이 종결되는 항소심 재판기록에 무게를 두고 심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관계자는 “정당해산심판 사건은 이 의원의 형사 재판과는 전혀 다른 판단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법부의 사실 판단에 (정당해산심판 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2일 헌재에서는 이 사건의 12차 공개변론이 열린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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