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
언론·교과서의 차별적 시선 지적
“이주민을 불쌍한 사람들로 묘사”
유엔 보고관에 문제점 제출 예정
언론·교과서의 차별적 시선 지적
“이주민을 불쌍한 사람들로 묘사”
유엔 보고관에 문제점 제출 예정
“교과서에서 이주민들은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일부 사례를 대표로 삼아 모든 이주민을 집단화하는 것은 인종차별입니다.”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인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글로벌문화체험센터에서 12일 오후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가 열렸다. ‘다문화·인권을 고민하는 모임’의 이묘랑·차현숙 활동가는 교과서 속 숨은 인종차별을 짚어내며 “이런 서술이 반복되면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중학교 도덕 교과서엔 “사회적 약자란 빈곤층, 장애인, 노약자, 외국인 노동자, 혼혈인 등을 말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번 보고대회는 오는 9월 무투마 루티에르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의 방한을 앞두고 공감·어필 등 공익법 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설립한 공익법재단 동천, 외국인 이주민 단체 등이 공동으로 열었다. 교과서·미디어 속 인종차별, 서비스업·농축산업·어업에서의 이주노동자 차별 실태, 고용허가제 문제 등이 논의됐다.
결혼이주여성 단체인 ‘터’의 정혜실 대표는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차별적 시선을 지적했다. 정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인종차별적인 편견에 불과하다. 실제 2012년 경찰청 자료를 보면, 외국인의 범죄율은 1.7%로 내국인 범죄율 3.95%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제결혼의 고질적 문제점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특정 국가만 유독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몽골·우즈베키스탄·태국 등 7개 나라 사람과 결혼하려면 법무부의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결혼이민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허오영숙 사무처장은 “이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특정 국가를 차별하는 것으로 서구권 출신과 결혼한 한국인 가족은 글로벌 가족이고, 아시아계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은 불쌍하고 어려운 다문화 가족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이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보고대회 내용은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시민사회 의견 형식으로 제출된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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