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팀 중간수사결과 발표
‘횡령 70억’ 장남 유대균 구속기소
여론몰이·허술한 일처리로 자충수
‘횡령 70억’ 장남 유대균 구속기소
여론몰이·허술한 일처리로 자충수
주검으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12일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처벌 대상이 없어져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월호 선주 일가 비리 사건을 수사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은 이날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계열사 자금 7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등)로 장남 유대균(44)씨와 도피 조력자 박아무개(34)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경에 군까지 공권력이 총동원된 유병언 수사는 허망한 결말을 끝으로 정리돼가는 분위기다.
■ ‘여론몰이 수사’의 부메랑 검찰의 유병언 일가 수사는 언론을 적극 ‘동원’한 수사였다. 사건 초기부터 ‘오대양 사건’, ‘구원파’, ‘금수원’ 등 자극적인 내용이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뒤덮을 만큼 대서특필됐다.
밀행성을 강조하며 언론과 긴장 관계를 맺곤 하는 일반 수사와 달리, 인천지검 수사는 언론에 수사기밀을 적극 알리고, 서로 경쟁하듯 유씨 일가를 파고들었다. ‘유 전 회장 부자 A급 지명수배’, ‘철야근무 선언’ 등 대중의 얕은 흥미를 끌 만한 움직임을 홍보하며 언론의 조명을 즐기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당시 인천지검 관계자는 “이런 수사는 언론을 등에 업고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윗선의 뜻”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검의 한 간부도 “종교 집단과 상대하는 수사는 여러모로 신경쓰이는 면이 많다. 자칫 기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수사 전체가 꼬이게 된다”고 했다. 언론을 통한 압박을 뒷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태도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금도를 넘어선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유씨 일가에 경각심을 넘어 수사기밀을 미리 알려주는 모양새가 됐고, 유씨는 일찌감치 검거망을 피해 도주했다.
■ 검찰 본령 아닌 ‘검거’에 매몰 이런 상황에서 유 전 회장 검거 작전이 장기화할수록 검찰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무려 다섯 차례나 직접 나서 ‘왜 못 잡느냐’고 재촉하면서, 검찰은 퇴로를 잃었다. 일선 검찰청의 한 검사장은 “당시 대검에서 유 전 회장을 기소중지하고 수배하는 방안 등 출구전략을 수시로 논의했지만, 대통령이 검거를 주문하면서 번번이 ‘올인’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검찰이 검거에 매몰된 것 자체가 대검의 판단 미스가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경찰의 업무인 ‘검거’에 검찰이 직접 나서서 올인하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검찰 내부에서도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었지만, 궁지에 몰린 수뇌부는 강공 드라이브로 일관했다. 검찰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특유의 카리스마에다 특별수사 분야에서 실력을 평가받던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의 검찰 내 위상과 사고도, 이런 잘못된 판단에 한몫했다. 차장검사급 한 검찰 간부는 “최 지검장이 ‘수사와 검거를 직접 책임지겠다’고 말했을 때, 거기에 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기는 힘들다. 대검에서도 최 전 지검장의 호언장담을 믿고 맡기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허술한 일처리로 비웃음 자초 유 전 회장의 사망 확인과 관련해, 검찰은 기본을 망각한 일처리로 엄중한 비판을 자초했다. 인천지검 검거팀은 유 전 회장이 숨어 있던 ‘숲속의 추억’ 비밀공간을 두 차례나 수색하고도 찾아내지 못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현장 모든 공간을 내 눈과 손으로 직접 훑는다는 태도가 압수수색의 기본”이라며 “넓지도 않은 2층에 소파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그 뒤에 지붕 모양과 다른 통나무벽이 있었는데, ‘그 뒤에 뭐가 있지?’ 하고 궁금해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검거팀은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노릇을 했던 양회정(55)씨도 순천 야망연수원과 금수원에서 두 차례나 놓쳤다.
검거 작전으로 떠들썩했던 ‘숲속의 추억’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유 전 회장의 주검을 못 알아본 채 40여일 ‘깜깜이’였던 대목은 더 심각하다. 관할 지역 안에서 1년에 2건 정도 발생하는 ‘신원 미상 변사’를 허술하게 넘겨버린 순천지청의 허술한 일처리 탓에 검찰은 국민적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한 검사장은 “(유 전 회장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변사 사건 수사기록을 받아보고 아찔했다. 뼈아프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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