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로함몰 조사결과 발표
지난 5일 발견된 싱크홀 주변서
너비 8m·높이 5m 크기 추가 발견
지반 무너졌다면 대형사고 불보듯
“지하철 시공사 관리 소홀
제2롯데월드와는 관련성 낮아”
지난 5일 발견된 싱크홀 주변서
너비 8m·높이 5m 크기 추가 발견
지반 무너졌다면 대형사고 불보듯
“지하철 시공사 관리 소홀
제2롯데월드와는 관련성 낮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도로 표면 1m 아래에 길이 80m, 너비 5~8m, 높이 4~5m 규모의 초대형 동공(빈 굴)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동공이 발견된 곳은 지난 5일 대형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도로 바로 옆이다. 동공과 싱크홀 모두 바로 밑에서 진행중인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14일 오전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일 발생한 싱크홀(길이 8m, 너비 2.5m, 깊이 10~11m)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주변 도로에 작은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를 통해 13일 동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동공이 발견된 구간 주변의 지하차도 기둥 25개에서도 작은 균열이 발견됐다.
서울시가 꾸린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조사위원회 박창근 위원장(관동대 교수)은 “13일 발견된 동공은 15t 덤프트럭 140대 분량의 흙이 들어갈 만큼의 크기”라며 “이 거대한 동굴이 무너졌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지하철 9호선(919공구) 터널 공사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등으로 구성된 시공사는 거대 원통형 실드를 회전시켜 두더지처럼 수평으로 터널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의 ‘실드 공법’을 썼는데, 실드의 커터(땅을 깎아내는 칼날 부위) 교체를 위해 정지시켜둔 구간과 싱크홀·동공의 위치가 정확히 일치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실드가 멈춘 곳에서는 바로 위쪽 지반이 내려앉지 않도록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3일 초대형 동공이 발견된 곳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실드가 멈춰 있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는 “커터 교체는 2주일이면 충분한데, 왜 4개월이나 공사를 하지 않고 있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커터 교체를 위해서는 실드를 뒤로 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앞쪽에 파뒀던 구간이 무너졌던 것 아닌가 싶다. 그만큼의 흙이 사라져 거대한 동공이 생겼고, 그래서 공사가 오랫동안 중단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쪽은 “커트를 바꾸는 과정에서 서울시 동부도로사업소와 협의하고 승인받는 과정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강북과 달리 이곳은 충적층(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 등으로 구성돼 있어 공사를 매우 조심해서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 사고는 지하철 시공관리 미흡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싱크홀과 동공의 발생 원인이 제2롯데월드 공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곳과 제2롯데월드는 일단 거리가 멀고, 중간에 석촌호수가 있어서 단절돼 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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