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평화를 향한 한목소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하준태 한국청년연합(KYC) 대표, 나효우 아시안브릿지 운영위원장, 스가와라 도시오 일본희망제작소 이사장, 이노우에 료이치 자치창조 컨소시엄 이사.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일 관계] 이렇게 풀자 (하)
양국 시민단체 좌담
양국 시민단체 좌담
<참석자>
스가와라 토시오 일본희망제작소 이사장, 이노우에 료이치 자치창조 컨소시움 이사, 나효우 아시아브릿지 운영위원장, 하준태 한국청년연합(KYC) 대표
<사회>
이용인 <한겨레> 정치부 통일외교팀장
11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가
‘집단적 자위권’ 평가 가늠자 될것 이노우에 자치창조 컨소시엄 이사
일 국민들 평화지향 의식 강해…
국가 대립해도 시민은 교류해야 하준태 한국청년연합 대표(이하 하) 일본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도 아베 정권이 이 문제를 계속 밀어붙이는 이유는 뭔가? 이노우에 료이치 자치창조 컨소시움 이사(이하 이노우에) 그 배경에는 선거가 있다. 민주당이 3년동안 집권했는데 정책적인 미숙함으로 실패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야당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여당이 절대 다수를 가진 국회에서 반대 세력을 어르고 달래가며 다수 정권으로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간 결과, 현재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각의 결의에서 승인다고 본다.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라고 말했는 데, 그건 국민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다.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평화에 대한 국민적 지향이 강하다는 말이다. 아베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선거에서 변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회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일본 시민단체 쪽에서 한국 시민단체에 제안해 공동으로 할만한 일들이 있을까? 스가와라 일·한 시민간에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불전의 맹세’ 같은 것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자위대가 어디에 무슨 이유로 가든지 반대하고, 한국의 군대가 어디에 무엇을 하러 가는 것에 대해 일본 시민도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제가 일·한 시민사회포럼을 해왔는데 그때 목표는 동북아시아에서 평화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본도 싸우지 않고, 한국도 해외에 싸우러 나가지 않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나효우 아시안브릿지 운영위원장
내년 무라야마 담화 20년·광복 70년
8·15 맞아 동북아 시민 평화선언을 하준태 한국청년연합 대표
양국 청년들 함께하는 기획 통해
역사 관한 ‘같은 기억’ 만들었으면 이노우에 20여년 전 저는 가나가와현의 직원이었다. 나가스씨가 1975년부터 20년동안 지사였는데, 국제 교류에 대해 민제(民際·민간)외교라는 말을 썼다. ‘피플 투 피플 디플로머시’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시민 간의 외교·교류를 통해, 서로간 인식을 공유하면서 사이가 좋아져 국제적 과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이었다. 저는 국제 관계를 위기적 상황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민제 외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나 정부가 체면과 명분 때문에 대립하더라도 시민들은 서로 교류해 서로의 인식이 일치해나간다면 좋을 것이다. 사회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매개로 양국 시민단체들이 어떻게 평화를 향한 연대를 할 수 있을까? 나 내년 2015년은 여러 의미가 있는 해다.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된 지 20년이 됐고,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 광복 70주년이 된다. 집단적 자위권은 어떤 형태로든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표현이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이고 동북아 질서를 해칠 우려가 크다. 앞으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 동북아에서 “어떤 형태의 전쟁도 반대한다”는 폭넓은 선언을 하면 어떨까. 이런 선언의 기초를 지금부터 쌓아나가 내년 8·15 때 한·일 시민사회단체들간 선언을 하는 거다. 하 시민사회의 한·일간 교류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정치적 문제가 가장 크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20대부터 40대까지 일상 생활을 하고 비전을 만들고 가족의 삶을 꾸려 나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만의 교류나 움직임이 아닌, 한일 청년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낮은 수준이라도 뭔가 행동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 문제나 평화 문제도 얼마든지 지금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게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마련하면 청년의 관심사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한·일 시민사회간 교류는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근거들은 무엇인가? 이노우에 저는 앞으로 사회는 큰 국가라든지, 국가단위 집권적 구조가 아닌 분권화된 형태의 다양한 활동이 생겨날 것이고 이 방향은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볼 때도 그런 방향성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 분권화, 분산화 하는 가운데 다양한 활동을 각각의 지역에서 더욱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스가와라 일본도, 한국도 비정규직 젊은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며, 이것이 교류가 가능하다는 희망이 된다. 나 지금의 시대가, 저희가 우려하는 것은 과거로 가는 느낌, 폭력적 과거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든 평화를 세우는 긍정과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에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 제이와이제이(JYJ)라는 가수 그룹이 있다. 일본에서 공연할 때 트위터로 일본 젊은이와 한국 젊은이가 팬덤을 이뤄 같이 준비하고 함께 본다고 한다. 예전에 비하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이 많이 줄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개인, 기업, 국가, 시민사회간 교류의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 시민들은 같은 역사에 대해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교류와 만남을 통해 동아시아 근대 역사에 대한 같은 기억을 만들어가 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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