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휴가’ 직장인 작년 두배
연휴기간 유럽 항공권 이미 매진
과일 안 익어 농민들은 조바심
백화점도 육류·생선 세트 늘려
연휴기간 유럽 항공권 이미 매진
과일 안 익어 농민들은 조바심
백화점도 육류·생선 세트 늘려
직장인 신아무개(33)씨는 일 때문에 아직 여름휴가를 가지 못했다. 결혼 2년차인 신씨 부부는 대신 추석연휴(9월6~10일)와 물려 9월 첫째 주에 휴가를 냈다. 부모님을 모시고 보름 동안 인도네시아 발리로 ‘명절휴가’를 떠난다. 조상들께 죄송하지만 올해 추석 차례상은 건너뛰기로 했다. 신씨는 “올해는 추석이 빨라 추석연휴 기간에도 여름 분위기가 날 것 같다. 기왕 휴가가 늦어진 김에 추석을 이용해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했다.
1976년 추석이 올해와 같은 9월8일이었다. 38년 만에 가장 이른 ‘늦여름 추석’을 쇠게 되면서 명절 풍속도 역시 예년과 다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48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계휴가 실태조사’를 해보니, 8월 말에 휴가를 가겠다는 응답이 지난해 2.8%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5.5%로 나타났다. 9월 추석연휴와 연계해 휴가를 떠나려는 직장인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추석연휴에는 처음으로 대체휴일(9월10일)이 적용되면서 하루를 더 쉴 수 있다. 예년 명절 여행이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곳 위주였다면, 올해는 유럽 등 장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늘었다. 연휴 직전 금요일(9월5일)과 연휴 뒤 목·금(11·12일) 이틀만 휴가를 쓰면 최장 열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대한항공 예약 상황을 보면, 추석연휴 기간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행 항공권은 이미 매진됐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온 추석으로 차례상 준비도 바빠졌다. 과수 농가들도 제수용 과일의 출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추석 선물세트를 예년보다 2~3주가량 빨리 출시했다.
과일이 제때 익지 않으면서 육류·생선류 선물세트 외에 주류·건강식품 선물세트 비중도 늘렸다. 한우와 굴비 선물세트는 전년보다 15~20% 정도 양이 늘었다.
추석 선물이 덥고 습한 시기에 배달되는 탓에 한우와 돼지고기, 생선 등 인기 많은 선물세트의 위생 관리에는 비상이 걸렸다. 롯데마트는 종이로 된 기존 선물상자를 스티로폼 재질로 바꾸고, 드라이아이스와 같은 보냉재 사용량을 20%가량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도 굴비·옥돔·갈치 등 수산물을 비롯한 냉장·냉동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보냉재 양을 늘렸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38년 만에 가장 이른 늦여름 추석을 맞아 여름휴가와 연계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많다. 사진은 해외로 출국하려는 이들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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