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 싶어.”
4월16일 오전 9시37분 기울어져가는 세월호 객실에서 경기 안산의 단원고 학생들은 복도로 나와 나란히 누워있다. 한 학생이 엄마를 부르며 울먹이자, 옆에 있던 친구가 “살건데 무슨 소리야”라며 다독인다. 이 때 누군가 “헬리콥터가 왔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구조 좀…”이라고 애를 태우면서도, 선내 방송에 따라 배안에서 대기한다. 단원고 학생 고 박예슬양이 찍은 동영상은 오전 9시41분에 끝난다. 이 동영상을 보면 헬기가 좀 더 가까이 접근해 탈출하라고 퇴선안내 방송만 했더라면 승객들이 배 밖으로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든다. 그런데 왜 구조 헬기에선 퇴선 방송조차 못했을까?
19일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해경의 B-511 팬서헬기 기장 양아무개(47)씨는 ‘항공구조사들이 선박 쪽으로 내려올 때 고도’에 대해 “정상적으로는 20m 정도인데, 당시엔 3~5m 사이였다. 헬기엔 휴대용 방송 장비조차 없다”고 말했다.
당시 오전 9시27분 사고해역에 맨 처음 도착했던 헬기 511호에선 퇴선명령이나 선내진입 지시를 하지 않았다. 양씨는 “여객선이 침몰중이라는 것 외에 다른 정보를 (상황실에서)듣지 못했다”며 “이륙 후엔 주파수공용통신(TRS)이 고도와 속도 등의 이유로 사각지대에 있어, 해경 상황실 교신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9시7분이면 상황실과 티아르에스 교신이 가능하지 않나?”고 묻자, “이륙 후 9시10분께 티아르에스를 켰으나, 구조에 집중하기 위해 티아르에스 볼륨을 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9시45분에 헬기 중 세번째로 현장에 도착했던 512호 기장 김아무개(44)씨는 “이륙 직후 티아르에스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줄여 놓았다”고 언급해 양씨의 운항 태도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 피고인의 변호인이 “해경 구조정인 123정 김아무개(53) 정장이 제출한 티아르에스 녹취록을 보면, 오전 9시24분부터 50분까지 (상황실과) 티아르에스 통신이 원활했다”며 ‘티아르에스 교신 사각지대’라는 양씨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자, 양씨는 “부기장도 ‘안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512호 헬기 기장 김씨가 목포에서 연료 보급을 받으면서 정비사를 통해 “아직 여객선 안에 승객들이 많이 있다”는 학생의 말을 전해듣고 다시 사고 해역에 갔을 때는 “세월호의 선수만 남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서증조사(법원 외의 장소에 보관 중인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의 방법)에서 “고 박예슬양의 동영상 자료 사진을 보면 학생들이 선미 쪽 객실에 있었다. 선미 갑판으로 나가는 출입구를 알고 있으면서도 선내 대기 방송 때문에 대기중이었다. (퇴선 명령이 있었으면) 신속히 대피해 살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