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광화문 세월호 유족 농성장에 늘어나는 시민 동조단식

등록 2014-08-19 22:04수정 2014-08-20 00:10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단식농성이 37일째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담긴 펼침막을 유심히 보며 지나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단식농성이 37일째 계속되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담긴 펼침막을 유심히 보며 지나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37일째 단식 ‘유민이 아빠’ 위독
시민들 “정부, 외면말라”
의사 “팔·관자놀이 근육마저 소진
단식 중단해도 대사장애 가능성”
시민들 “참사 반복 막으려고
의무감에 저러시는 건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전날처럼 부슬비가 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심 어린 위로가 얼마간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선물했지만, ‘현실’이 그대로인 상태여서 유족들의 단식농성장도 그대로였다. 작은 변화는 있었다. 교황의 관심은 농성장 곁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조금 더 붙잡아두고 있었다. 시민들은 손에 우산을 든 채 안타깝게, 때론 심각하게, 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족들을 바라봤다. 이날로 37일째 단식 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47)씨는 앉아있는 것도 힘겨운 듯 작은 지팡이로 턱을 괸 채 천막을 지켰다. 김씨의 천막을 중심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에 동참한 이들이 주변 10여개 천막을 채우고 있었다.

이날 오전 문재인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찾아와 ‘동조 단식’을 했다. 문 의원은 김씨에게 “내가 대신 단식을 이어갈 테니 그만 하시라”고 권했지만, 김씨는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소했다. “정말 두려운 것은 몸이 망가지거나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유민이와 유민이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물러설 수 없다. 대통령님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저와 우리 유가족을 구해 주십시오.” 김씨의 체중은 47㎏이다. 단식 전보다 10㎏ 넘게 줄었다. 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김씨를 진찰한 이보라 서울시동부병원 내과 과장은 “팔과 관자놀이 근육마저 소진돼가는 상태다. 단식을 중단하더라도 저인산혈증과 호흡기부전 등 대사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씨의 천막 바로 앞에는 ‘유민 아버지 위험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쓴 하얀 종이를 든 이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민대회를 열자”는 의견도 나온다. “더 이상 죽음을 향한 단식은 안 된다”, “유민양의 동생이 언니에 이어 아빠까지 잃게 만들 순 없다”는 것이다.

어린 아들딸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은 신혜정(42)씨는 “한동안 뉴스에 세월호 보도가 없어서 이렇게 잊혀지나 했다. 나와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휴가를 얻어 광화문광장을 찾았다는 서정민(48)씨도 “유민이 아버지의 눈빛은 생사를 넘어선 것 같다. 이미 각오를 한 눈빛”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온 서씨는 “비슷한 참사들이 몇십년째 때와 장소를 바꿔 반복된다. 이대로 두면 또 다른 사고가 생기고야 만다. 정부에서 어떻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냐”며 안타까워 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동조 단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야구 동호회 ‘베이스볼파크’ 회원 김종립(35)씨는 “11일부터 회원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응원이 되고자 동참하게 됐다. 무엇보다 김영오씨의 건강이 걱정된다.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농성장 생활을 지원하는 배병근씨는 “매일 60~70명 가량이 동조 단식을 한다”고 했다.

김씨는 오후 4시30분께 꺾어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다시 청와대로 향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