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정(43) 씨
“신장을 이식 받으시는 분이 제주도에 사는 40대 가장이라고 들었어요. 제주도에서 살고 싶었는데 제 몸의 일부나마 가서 살게 돼 너무 행복합니다.” 신장 기증을 위한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막 나온 김진정(43·사진)씨의 목소리는 마취가 풀려 통증으로 떨렸지만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경남 김해에 사는 김씨는 20일 생면부지의 만성 신부전증 환자를 위해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김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올해 두 번째 순수 기증인”이라고 밝혔다.
‘큰 나눔’에 대해 김씨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항상 네가 손해보고 살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씀하셨어요. 무려 20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노숙인 밥상 봉사를 빠짐없이 참여하신 분이세요. 한 대학병원에 시신기증 서약도 하신 어머니는 제게 이웃 사랑의 산증인이시죠.”
그는 5년 전 35살 젊은 나이의 여동생을 골육종암으로 잃었다. 자신도 담낭결석으로 4년 넘게 앓아오다 작년 쓸개 제거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동생이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나 역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김씨는 “아픔도 죽음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남은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사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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