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축구부 감독 등 22명 고교 축구선수들 상대로 20억 가로채
고등학교 축구선수들을 대학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받아 가로챈 전직 대학 축구부 감독과 대학 교수, 브로커 등 일당 2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대학에 특기생으로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모두 2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경북의 한 대학교 전 축구부 감독 현아무개(51)씨 등 7명을 구속하고, 인천지역 중·고교 축구감독 출신 하아무개(60)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서울의 한 대학 명예교수 소아무개(60)씨 등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씨 등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 실업팀 축구선수 출신의 브로커 이아무개(41)씨 등을 통해 소개받은 고교 축구부원 학부모 26명에게 아들을 서울 소재 대학교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 주겠다며 접근해 11억7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현씨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내가 (해당 대학)축구부 감독 내정자’라고 속이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씨 등은 피해자들을 속이려고 가짜 동계훈련을 하거나, 해당 대학교 로고가 적힌 대형 버스를 구입해 학생들을 태우고 다니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피해 학생 26명 중 실제로 대학이나 구단에 들어간 학생은 없었다.
하씨는 ‘계약학과’ 제도를 이용해 특정 대학교에 축구부를 창단할 것처럼 속여 브로커 이씨에게서 소개받은 수험생 학부모 55명으로부터 8억1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계약학과 제도란 기업이 근로자 재교육을 위해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율적으로 특정 학과를 신설해 교육한 뒤 학사학위를 부여하는 제도다.
하씨는 경비업체 대표 구아무개(42·불구속 입건)씨와 짜고 55명을 위장취업시킨 뒤 경기지역 대학교 3곳에 계약학과를 만들거나 산업체위탁교육 형식으로 입학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하씨 등은 피해 학생들을 체육 특기생에다 정식 창단한 축구부 소속이라고 속였지만, 실제로는 축구부 창단에 실패해 학생들은 동아리에서 축구를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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