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겪었던 경기 안산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전문가 증언이 나왔다.
20일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68) 선장 등 선원 15명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양은진 정신과 전문의는 검찰이 ‘생존 여학생이 간헐적 악몽 슬픔 나타나 치료 중이며 1년 6개월 이상 치료요망’이라고 돼 있는 진료기록을 통해 “이런 것이 트라우마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 학생의 경우 갇혀 있거나 구하지 못했다는 악몽을 꾼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본다”라고 말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뒤 지속적으로 상황이 떠올라 정신적 고통을 느끼면서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증상이다. 양 전문의는 “사고 후 ‘나는 살아났지만 마치 죽음에서 구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에 괴로워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성인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양 전문의는 “선원들이 (학생들을) 버렸다는 데 대한 충격이 많으냐?”라는 선원 쪽 변호인의 질문을 받고, “그렇다.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것은 초창기 때부터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다음날인 지난 4월 17일 단원고에 간 뒤 5월 11일까지 이 학교 1~3학년을 만났다.생존학생 75명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7월1일부터 임상심리팀이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만나 상담중이다.
양 전문의는 “학생들이 불안해 하고, 심한 경우 환청도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해지고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생존 학생 중에 트라우마를 극복한 학생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없다. 아무리 밝아 보여도 예전하고 다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극복한 학생이 없다”고 덧붙였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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