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20일 저녁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 인근 경기도미술관에서 총회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 수용 여부에 대해 논의한 뒤 미술관을 나서고 있다. 안산/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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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여야가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거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만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방안이라며 정치권에 수용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20일 저녁 7시15분부터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도 안산시 경기도미술관 1층 강당에서 가족총회를 열어 표결 끝에 이렇게 결정했다.
유가족들은 총회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애초 유가족 제시안을 고수할지, 실질적인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다른 방안을 검토할지를 두고 투표를 벌였다. 지난 19일 마련된 여야의 재합의안에 대한 사실상의 찬반투표 성격을 띠었다. 투표에 참여한 유가족 176명 중에서 132명이 기존 유가족 제시안을 지지했다. 30명은 두번째 방안에 찬성했고, 14명은 기권했다. 총회장에는 유가족 270명이 모였으나, 실제 투표에는 ‘1가족 1표’를 적용해 176명이 참여했다.
투표가 끝난 뒤 가족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단지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4·16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나라가 건설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과 수사권이라는 강제적 권한을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그러나 우리는 특별법안의 상당 부분을 후퇴시키고 이제 와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는 잘 이해하기도 힘든 정치기술적 언어에 동의하라고 강요당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여야의 재합의안에 대해서는 이미 어제 수용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오늘 총회는 여야 재합의안에 대한 거부 여부를 묻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유가족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오늘 유가족들은 압도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진상조사위 구성’이라는 원안을 고수하고 밀고 나가는 것을 지지했다. 여야가 앞으로 활발하게 대화를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총회에 참석한 가족들은 여야 합의안에 대해 유가족 의사를 무시한 처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가족 김현동(52)씨는 “말도 안 된다. 반대 정도가 아니라 생각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차라리 이럴 거면 가족들에게 협상권을 주는 게 낫다. 답답하다. 야당이 이 정도밖에 할 수 없는 건지…. 가족들 단체 카톡방 어제부터 난리가 났다. 다들 격앙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께 호소문을 내어 “온 국민이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 방식은 가족의 뜻을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유가족 의견 수용 등을 촉구했다.
안산/홍용덕 김일우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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