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를 하루 앞둔 21일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5명의 여야 의원이 법원에 자진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잠적까지 하며 하루를 버티려 했으나 검찰의 강제구인에 나서자 모두 자진 출두로 마음을 바꿨다.
가장 먼저 법원에 나타난 건 김재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그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그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쪽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교명을 변경해주는 입법 로비를 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에 들어가기 전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처음부터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려고 했고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며 “다만 예상보다 빨리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학용 의원도 오후 4시께 법원에 출석했다. 신계륜 의원 역시 오후 6시께 법원에 출석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야당 3명의 의원이 모두 출석의사를 밝힐 때까지도 잠적해 있던 새누리당 소속 조현룡·박상은 의원도 뒤늦게 출두 의사를 밝혔다. 조 의원 쪽은 이날 오후 3시가 넘어 영장실질심사 출석하겠다고 검찰에 통보했다. 그는 철도 납품업체에서 억대 금품을 수수를 혐의를 받고 있다. 해운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박 의원 쪽도 오후 5시30분부터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에 나서겠다고 통보했다.
애초에 이들은 심문 기일을 미뤄달라고 검찰에 요구하면서 이날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안 의원회관으로 강제구인에 나서는 초강수를 뒀다. 현역 의원 5명을 대상으로 검찰이 의원회관으로 무더기 구인장 집행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학용 의원을 제외한 4명의 의원은 사무실에 없었다. 검찰 수사관들이 신 의원을 상대로 구인장 집행을 시도하면서 수사관과 신 의원 쪽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조현룡 의원은 휴대전화까지 끄고 잠적해 한때 검찰 추격을 받기도 했다.
결국 5명 의원 모두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히자, 검찰은 강제 구인 시도를 중단했다. 22일부터는 임시국회가 시작돼 의원들에게 불체포특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방탄국회’가 될 수 있었다. 법원은 의원들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이날 밤늦게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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