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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너와의 추억 깃든 길…이젠 엄마와 아빠만 이렇게 걷고 있구나

등록 2014-08-21 20:35수정 2014-08-22 21:11

[잊지 않겠습니다]
간호사 되고싶다던 초예에게 아빠가
사랑하는 우리 큰딸 초예에게.

초예야! 초예야! “우리 큰딸” 하면, “응, 왜? 엄마, 아빠.” 이렇게 대꾸해주던 딸의 목소리를 이제는 들을 수가 없구나. 엄마, 아빠가 힘든 것 같으면 우리 큰딸이 “엄마, 아빠. 사랑해” 하고 안아줬는데,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우리 딸이 보이지 않는구나. 우리 큰딸하고 평상시 다니던 길을 이제는 엄마와 아빠만 걸어간단다. “여기서는 초예하고 무엇을 했었는데…” 하고 다닌단다.

초예야, 엄마와 아빠는 우리 딸이 18년 동안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했다. 그런데 초예를 안아 보고 싶고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이제는 그러지 못한다는 게 엄마와 아빠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구나.

초예야, 우리 큰딸 조금만 기다려줄래? 주님의 품 안에서 훗날 우리 큰딸 초예 찾으러 엄마, 아빠가 갈게. 친구들하고 선생님하고 재미있게 놀고 있어. 우리 딸 사랑한다. 아빠가.


김초예양은

안산 단원고 2학년 9반 김초예(17)양은 여동생 둘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다. 맞벌이로 바쁜 아빠와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의 식사와 간식을 꼬박꼬박 챙겼고 공부도 가르쳤다. 엄마에게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장을 보러 함께 다녔고, 엄마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초예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몸이 많이 허약했다. 환절기인 봄과 가을만 되면 병원에 다니기 바빴다. 엄마는 잘 먹어야 튼튼해진다며 아무리 바빠도 초예에게는 세 끼 밥과 간식을 챙겨줬다. 그 정성으로 초예는 더는 병원에 다니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었지만, 친해지기만 하면 장난도 잘 치는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언어발달 장애아를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크면서는 “취업이 잘된다”며 꿈을 간호사로 정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4월15일 밤 “일찍 잔다”며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됐다. 엄마는 다음날 아침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듣고 초예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초예는 세월호 사고가 난 지 10일째였던 4월25일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경기도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친구들과 함께 있다.

초예의 아빠와 엄마는 지금껏 직장에도 나가지 않고, 초예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는 등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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