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희귀병인 골형성부전증으로 키가 95㎝에 불과한 김영웅씨가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미로 21일 오전 ‘세월호 아이스버킷’을 실행하고 있다. 김영웅씨 제공
키 95㎝ ‘작지만 큰 영웅‘ 김영웅씨 인터뷰
안산서 중·고교 다녀…빌 게이츠 참여에서 영감 얻어
“지목한 3명이 ‘세월호 특별법’ 통과시키는게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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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한 3명이 ‘세월호 특별법’ 통과시키는게 목적”
머뭇거림은 없었다. 딸을 잃은 진실을 알게 해달라는 ‘유민아빠’를 돕고 싶었다. 밤을 새워 방법을 생각했다. 동틀 무렵 생각이 떠올랐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얼음물 뒤집어쓰기’(아이스버킷챌린지). 곧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폭우가 쏟아져 공원에서 물을 끼얹을 수 없으니 적당한 실내 공간을 급하게 찾았다. 그리고 95㎝의 작은 몸에 차가운 얼음물 위로 한 동이를 들이부었다. 역시 머뭇거림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도전자로 세 명의 이름을 불렀다. 박근혜 대통령,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바라는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아이스버킷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올린 뒤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김영웅(34)씨가 들려준 ‘세월호 아이스버킷챌린지’ 탄생 과정이다. 김씨는 동영상에서 자신을 “저는 (골형성증이라는 희귀난치병으로) 95㎝의 키를 가진 대한민국의 희망 아이콘 김영웅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자기 소개에 맞게 그는 22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 내내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담은 희망을 이야기 했다.
그는 “루게릭병과 희귀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거 보니까 좋은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영향력이 빨리 번지는 캠페인이라면 우리가 처한 고민을 푸는 데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고민에 공감하는 에너지를 퍼트리고 싶었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희생자가 유독 많은 안산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중·고등학교도 안산에서 다녔고 지금도 안산 부모님이 사신다”며 “아무래도 마음이 더 쓰였고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생각을 곧바로 실천했다. 물론 난관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날이 쨍쨍하면 공원에서 유민아빠 힘내시라고 얼음물을 뒤집어써도 보는 사람도 즐겁다”며 “그런데 아침에 비가 와서 사실 고민 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 근처 적당한 건물 실내를 찾아 아이스버킷을 하게 된 이유를 차분히 설명한 뒤 온 몸에 얼음물을 끼얹졌다. 처음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우군이 나타났다. 그는 “처음엔 유투브에 올렸고 그 다음에 제 페이스북에 올린 뒤 지인들에게 알는데 저녁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그런데 가수 이승환씨가 (21일) 오후 5시에 본인 페이스북에 올려줘서 삽시간에 퍼지더라”고 전했다.
각종 인터넷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의 동영상이 퍼지고 있지만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폭발적인 반응이란 건 아이스버킷에 동참하거나 제가 지목한 세 분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제가 박근혜 대통령을 이야기 했으니 그 분이 병원에 실려간 유민아빠(고민과 고통)에 공감하는 거다. 수천 명, 수만 명이 조회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재밌거나 생소해서 ‘좋아요’를 눌렀을 수 있다.”
유쾌한 캠페인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일부의 비판도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지금 아이스버킷이 나름 유행어서 그걸 모티브로 (세월호 참사로 고통스러워하는 가족들도 있다는) 이런 면도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앙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도전자로 지목한 박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가 꿈쩍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 세 사람이 하겠냐고. 안 한다는 데 전 재산을 다 걸겠다고도 했다”고 대답을 대신했다. 다만 김씨는 “그들에게는 이런 답을 해준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아이스버킷은 후원을 늘리기 위해서 릴레이를 했다. 그러나 이 아이스버킷은 단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다. 저를 따라해서 다음 도전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제가 지목한 3명이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게 목적이다.” 이미 자신이 동영상을 올린 지 24시간이 지도록 세 명은 ‘무반응’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스버킷에 동참해 똑같은 세 명을 지목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세월호 특별법을 제대로 만들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뜻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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