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과 인연이 있나
“부모님댁이 안산이다. 나도 서울로 대학을 오기 전까지 안산에 살았다. 중·고등학교도 안산에서 다녔고. (사고가 나고) 안산 전체가 고통과 슬픔에 빠졌다. 아무래도 마음이 더 쓰였다. 합동분향소가 생겼을 때도 분향을 다녀왔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첫 아이스버킷챌린지인가.
“그런 걸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생각했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하는 영상을 처음 봤다. 그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이어받더라. 저도 희귀질환이 있고 10년 전부터 희귀난치성질환 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루게릭병과 희귀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확상되는 거 보니까 좋은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이렇게 영향력이 빨리 번지는 캠페인이라면 우리가 처한 고민을 푸는 데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고민에 공감하는 에너지를 퍼트리고 싶었다.”
- 그런 생각을 언제 실행에 옮긴 건가.
“이 생각은 동영상 올리기 전날 밤에 했다. 그날 여러 가지 고민으로 밤을 샜다. 그러다가 동틀 무렵 생각이 들더라. 단식하시는 유민아빠 고민에 힘도 실어주고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해보자고. 그래서 아침 10시에 바로 찍고 유투브에 올렸다.”
-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나
“사실 아침에 비가 많이 내려서 갈등이 좀 됐다. 웃음. 날이 쨍쨍하면 공원에서 유민아빠 힘내시라고 얼음물을 뒤집어써도 보는 사람도 즐겁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겠나. 그래서 물을 뒤집어 쓸 수 있는 적당한 실내를 찾았다.”
- 동영상 배경을 보니 집은 아닌 것 같은데.
“장소는 비밀이다. 웃음.”
- 폭발적인 반응을 예상했나.
“처음엔 유투브에 올렸고 그 다음에 제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알렸다. 그런데 저녁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가수 이승환씨가 (21일) 오후 5시에 본인 페이스북에 올려줬다. 그러니 삽시간에 퍼지더라. 저 혼자 좋은 뜻으로 한 거니 남들이 많이 못 알아줘도 말겠거니 했는데, 이승환씨 덕분에 널리 퍼졌다.”
- 기분이 어떤가.
“폭발적인 반응이란 건 아이스버킷에 동참하거나 제가 지목한 세 분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제가 박근혜 대통령을 이야기 했으니 그 분이 병원에 실려간 유민아빠(고민과 고통)에 공감하는 거다. 외적으로 수천 명, 수만 명이 조회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재밌거나 생소해서 ‘좋아요’를 눌렀을 수 있다. 제가 지목한 분이 이를 듣고 반응을 보이거나, 아니면 많은 분이 저를 따라서 그분들이 변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제 목적이다. 그렇게 현상이 바뀌지 않으면 사실 조회수는 별 의미가 없다.”
- 유쾌한 캠페인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예상했다. 웃음. 그런데 지금 아이스버킷이 나름 유행이지 않나. (그게 아니면) 이목을 집중할 리 없다. 그런 모티브를 통해서 이런 면도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 수단으로 (아이스버킷을) 쓴 것이다. 다앙한 해석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 지목한 세 명의 반응 외에는 무의미한가.
“기분 좋은 댓글도 있다. ‘나도 생각했었는데 나는 왜 안 했지’ 이런 댓글. 자기의 역할을 고민하고 반성한 거니까. 예를 들어 유민아빠가 40일 단식하고 병원 실려갔다. 지금까지 그 분에 동의하는 뜻으로 동조단식 해보자 그런 분들 계셨다.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건데 전 이런 생각이 들더다. 누가 단식했으니 동조 단식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의미를 알고 해야하는 게 아닐까.각자 역할에서 변화 위해서 노력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캠페인이나 노력랄까. 제가 한 세월호 아이스버킷도 그런 거였다.”
- 정치 사회 문제에 고민이 깊은 것 같다.
“제가 골형성부전증 모임을 2003년에 만들었다. 이 희귀질환은 인구비율로 따지면 2만~20만명 당 1명 골로 태어난다. 모임이 전세계 나라별로 하나씩 있다. 원래 다른 키 작은 사람들을 위한 단체에서 활동했는데, 이 희귀질환을 위한 배려가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서 그 모임을 만들었다. 원래 17명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가족 포함해서 700명이 됐다. 지금은 모임 회장은 아니지만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정치 참여라던가 사회단체 활동도 했다.”
- 지목한 세 명이 릴레이를 안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 세 사람이 하겠냐고. 안 한다는 데 전 재산을 다 걸겠다고도 했다. 웃음. 제가 이렇게 답했다. 기존에 아이스버킷은 후원을 늘리기 위해서 릴레이를 했다. 그러나 이 아이스버킷은 단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다. 저를 따라해서 다음 도전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제가 지목한 3명이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도록 모두가 노력하는 게 목적이다. 릴레이는 릴레이인데, 릴레이가 아니다. 웃음. 한마디로 다음 도전의 임무 완수를 위한 릴레이가 아니라, 변화라는 단일한 목적을 이뤄내기 위한 릴레이가 됐으면 한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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