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왼쪽) 의원과 신계륜 의원이 21일 밤 대기 중이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야당 의원 3명중 2명 영장 기각
김씨 100억 횡령혐의 밝혀내고도
기소커녕 구속영장 청구도 안해
법조계 “불구속 선처하는 대신
원하는 진술 받아낸 의혹”
검찰 “입법 주도한 신계륜 의원
추가 수사로 혐의 입증할 것”
김씨 100억 횡령혐의 밝혀내고도
기소커녕 구속영장 청구도 안해
법조계 “불구속 선처하는 대신
원하는 진술 받아낸 의혹”
검찰 “입법 주도한 신계륜 의원
추가 수사로 혐의 입증할 것”
검찰이 ‘국회의원 강제구인’이라는 초강수를 앞세워 강행한 의원 5명의 영장실질심사 결과, 새누리당 의원 2명은 전원 구속되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 중 2명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여야 구색맞추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가 ‘무리한 기획수사’라는 야당 쪽 반발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1일 자정께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62)·신계륜(60) 의원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뇌물 수사의 기본 뼈대인 ‘돈 준 사람의 진술’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금으로 돈이 오간 범죄는 말 이외에 직접증거가 거의 없어 ‘돈 줬다는 사람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명확하지 않은 진술로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법원이 문제 삼은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검찰은 김민성(55)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사장을 두달 남짓 수사해 100억원 안팎의 횡령 혐의를 밝혀냈다. 하지만 아직 구속도 하지 않았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불구속으로 선처하는 대신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 아니냐고 판사가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신학용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점도 검찰로서는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김 이사장에게서 1000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만으로는 구속이 어렵자,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뇌물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애초 구속 사안인지를 두고도 회의론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학교 이름에서 ‘직업’ 글자를 빼준 것만 보면 뇌물의 대가로 보기에 약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부탁으로 발의했다는 법률 2개도 아직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일종의 ‘공범’ 격인 새정치민주연합 ‘깃털’ 김재윤(49) 의원의 구속영장은 발부하면서 ‘몸통’ 신계륜 의원의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검찰 관계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건 신계륜 의원인데 김재윤 의원은 이름만 올렸다. 그런데 구속은 김재윤 의원이 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나마 검찰은 법원이 김 의원을 구속하면서 “소명되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다”고 밝힌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계륜 의원보다 김 의원의 범행에 대한 보강증거가 풍부해서 법원이 김 의원만 구속한 것 같다. 김 의원 행위의 불법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행위가 비슷한) 신 의원의 보강증거를 추가하면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한 뒤 신계륜·신학용 의원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뇌물(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72)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로 보냈다. 체포동의요구서는 대검찰청, 법무부, 국무총리실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법무부가 정부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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