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진실 알고싶어서…그는 병원서도 ‘단식 40일째’를 이어갔다

등록 2014-08-22 19:58수정 2014-08-22 22:55

[이 사람]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
“딸이 살려달라 외치는것 같아”
휴직계 내고 단식농성 시작
정부와 국회 외면 속에
그는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세월호법 제정을 보지 못하면
유민이 볼 낯이 없습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일간 곡기를 끊었던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22일 오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그는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식사를 거부한 채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그날’ 이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노동자였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그를 두고 한 동료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냐고 물어보면, ‘딸을 대학에 보내려고 그런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회사로부터 정규직 전환 통보도 받았다. 다른 한 동료는 “말수가 적고 남 앞에 잘 나서지 않지만, 고집도 센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큰딸의 어이없는 죽음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큰딸 김유민(17)양은 사고 열흘째인 4월25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삶에 큰 의지가 됐다던 딸을 가슴에 묻은 그는 “가만히 있으면 술만 먹고 폐인이 될 것 같다. 일이라도 해야 딸을 잊을 것 같다”며 5월7일 회사로 돌아가 20일 남짓 일했다. 그러나 결국은 휴직계를 냈다. 김씨는 주변 동료들에게 “딸 생각이 나고, 악몽까지 꿨다. 도저히 안 되겠다. 딸이 죽은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했다. “일하고 있을 때 아이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딸 생각만 가득했다.”(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식지 인터뷰)

7월14일부터 김씨는 다른 희생자 가족 14명과 함께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업에 쫓긴 다른 유가족들이 하나둘 단식을 접으면서, 지난 5일부터는 그만 홀로 남았다.

국회의 특별법 논의가 공전하는 동안 김씨가 머물던 광화문 천막은 세월호 사건을 증언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국회의원과 영화인, 가수와 대학교수,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조 단식’이 이어졌다.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광화문 시복식에 앞서 김씨의 손을 맞잡고 위로했을 때, 그는 “정부와 여당이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어서 단식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교황에게 전했다. 한 단원고 희생자의 아버지 ㄱ씨는 “수더분하고 점잖은 아버지였다. 우리도 이렇게 오래 (단식을) 하실 줄은 몰랐다. 활동하면서 정부에 실망을 많이 하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여러차례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걸어가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단식 38일째인 20일에도 청와대까지 가보려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농성장을 찾아온 박영선 의원의 이야기를 듣다가 크게 화를 냈다. 오후에는 청와대 앞에서 충돌이 있었다. … 시위가 아니고 신청서를 제출하려는 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막았다. … 손에 힘이 없다. 자다가 중간에 깨고, 개운하지가 않다. 오늘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머리가 너무 아파 일기를 더 쓸 수 없다”고 썼다. 얼마 못 가 김씨는 기력을 잃고 농성장에 누워 있다 이날 아침 일찍 시립동부병원으로 실려갔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병원에서 점심에 미음 200㏄와 된장국, 보리차 등을 제공했지만, 김씨가 먹기를 거부했다. 유민 아빠가 ‘특별법 제정을 보지 못하고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 볼 낯이 서지 않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욱 김일우 기자 uk@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