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승인때 성실 이행키로 하고도
4곳 모두 투자계획 등 어겼는데
종편 이번 판결로 면죄부 받게돼
4곳 모두 투자계획 등 어겼는데
종편 이번 판결로 면죄부 받게돼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의 노골적인 사업계획서 미이행에 책임을 묻기 위해 부과된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 때 장밋빛 사업계획을 내걸고 특혜를 받아 개국한 종편들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솜방망이 제재를 한 것인데도 이마저 취소하라고 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정형식)는 <제이티비시>(JTBC), <티브이(TV)조선>, <채널에이(A)>, <엠비엔>(MBN) 등 종편 4사가 낸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종편 사업자들은 2010년 11월 사업승인을 신청하면서 채널별로 2012년 1575억~2196억원, 2013년 1609억~2322억원의 콘텐츠 개발 투자를 약속하는 사업계획서를 냈다. 재방송 비율도 2012년 5.6~32.9%, 2013년 16.9~29.2%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들에 대한 종편 허가 특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방통위는 사업계획서의 성실한 이행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승인장’을 받아든 종편들은 사업계획서를 대놓고 지키지 않았다. 2012년 콘텐츠 투자액은 604억~985억원에 머물렀다. 제작비 투입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재방송 비율이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것의 10배가 넘는 곳도 있었다. 재탕, 삼탕을 훨씬 넘는 방송 프로그램이 부지기수였던 것이다.
이에 방통위는 2013년 8월 “사업계획서에서 약속한 2013년 콘텐츠 투자 금액과 재방송 비율을 지키라”며 시정을 명령했다. 그러나 2013년 콘텐츠 투자액도 414억~1511억원으로 사업계획서 대비 25.7~65.0%에 그쳤다. 재방송 비율도 43.5~62.2%로 사업계획서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방통위가 지난 1월 3750만원씩 과징금을 물리자 종편 사업자들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실현 불가능한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편들은 시정명령이 내려진 8월23일 이미 2013년치 재방송 상한 시간을 초과했다”며 “재방송 비율을 준수하라는 시정명령은 산술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이행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정명령은 상대방이 이행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이행이 불가능한 시정명령은 무효”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실현 불가능한 시정명령’ 전에 ‘실현 불가능하거나, 실현 의지가 없는 사업계획서’로 정부와 시민들을 속여 사업승인을 받은 종편들은 면죄부를 받게 됐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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