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경 역사교사모임 회장
“지금은 교과서 많아 중요개념 출제
국정땐 지엽 출제로 입시부담 늘어”
정권입김에 수시로 바뀔 우려도
정부, 26일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
“지금은 교과서 많아 중요개념 출제
국정땐 지엽 출제로 입시부담 늘어”
정권입김에 수시로 바뀔 우려도
정부, 26일 ‘발행체제 개선’ 토론회
“2017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니 국가가 공인하는 한 권의 교과서가 필요하다구요? 진작부터 실질적인 수능 필수인 국·영·수는 훨씬 더 많은 검정 교과서로도 아무 문제 없이 수능을 치르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26일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 방안’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정 교과서 추진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역사 교사들이 ‘국정 교과서는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25일 야당과 역사정의실천연대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전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논리를 반박했다. 특히 보수와 진보 ‘이념 문제’를 떠나, 학생들의 실리를 위해서도 국정 교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한국사 수능 필수화와 관련해, 한 가지 국정 교과서로 공부하면 ‘입시 부담’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오히려 한권의 교과서만 배우게 될 때 지나치게 세세한 내용까지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교과서 종류가 많으면 여러 교과서에 공통적으로 실린 중요한 개념이나 핵심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시험을 출제한다. 반면 과거 국정 교과서 시잘엔 지엽적이고 자잘한 내용까지 공부해야 고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사교사들은 국가가 관리하는 국정 교과서가 검정 교과서보다 질적으로 나으리라는 기대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초등학교 국정 사회 교과서와 검인정 및 자유발행제로 발행되는 중·고교 교과서를 비교하면, 오히려 국정 교과서의 질이 훨씬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국정 교과서는 제작 과정에 경쟁과 긴장감이 없다”며 “국정 교과서는 여러 교과서 중에서 선택해 최선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앤다”고 말했다.
유신 체제 이후 시작된 ‘국정 교과서의 역사’가 증언하듯이, 학생들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교과서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조 회장은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저작권과 수정·개편 권한을 가진 교과서로, 역사 교과서를 정권의 홍보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이나 역사학자들이 선뜻 국정화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1월10일치 사설을 통해 “국정화로 퇴보 말고 제대로 된 국사 교과서를 만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뉴라이트 성향 역사학자 등이 국정화의 주된 근거로 삼는 ‘분단국가론’도 도마에 올랐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국사만큼은 이념적 대립 없이 국정 교과서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사교사모임은 “우리가 북한보다 성공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덕이라고 말하면서, 역사 교과서 체제만은 북한·베트남·러시아 정도만 운영하는 국정 교과서 제도를 따라하자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짚었다.
원로 역사학자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그들은 필요할 때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자유민주체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학자들이 ‘한국은 국정 교과서제를 채택하면서 어떻게 그보다 선진적인 검정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비판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한다”며 검정 교과서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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