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고온다습한 공기 만나
강한 비구름대 형성
산맥·해안 지형적 영향 겹쳐
강한 비구름대 형성
산맥·해안 지형적 영향 겹쳐
경남 창원과 부산 등지에 25일 내린 기록적 폭우는 전형적인 가을철 기압배치에 지형적 영향이 겹쳐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상청은 애초 예상보다 많은 비가 쏟아지자 서둘러 호우주의보·경보를 내렸지만 집중호우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상청은 지난 22일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남쪽으로 물러가고 러시아 연해주 부근에는 고기압이 발달한 상태에서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기압골을 따라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내려오는 전형적인 환절기 기압배치가 24~26일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압배치에서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올 수 있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곳에 따라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최고 150㎜ 이상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기압골을 따라 중국 동북부 지방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하하면서 국지적으로 강한 비구름이 형성됐다. 특히 연해주 부근의 고기압은 기압계의 흐름을 막는 차단벽 구실을 해 비구름의 이동 속도를 늦췄다.
그러나 25일 상공 16㎞까지 수직으로 형성된 비구름대는 기상청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를 쏟아냈다. 기상청은 부랴부랴 경남 창원지역에는 낮 12시, 부산 금정지역에는 오후 1시를 기해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호우경보는 6시간 동안 110㎜ 이상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거나, 12시간 이내에 180㎜ 이상 올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린다.
창원 진북면에는 이날 호우경보 발령 4시간 만에, 부산 금정구는 3시간 만에 200여㎜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특히 부산 금정구에는 시간당 강수량이 최고 130㎜로 기록됐고, 창원 진북면은 119㎜에 이르렀다.
이재병 기상청 예보국장은 “전형적인 계절성 기압배치에다 기류가 지리산을 넘으며 저기압성 소용돌이가 생기는 산맥 후사면 효과가 작용하고 남해안으로 남동풍을 따라 수증기가 유입돼 강한 구름이 일시적으로 발달해 비가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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