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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생은 60부터’라더니 65살은 물놀이도 못 해?

등록 2014-08-26 15:16수정 2014-08-26 18:14

노원구립 실버악단 신규단원과 전속가수 공개 선발전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서울 노원구 상계3·4동 주민센터에서 빨간색 정장, 흰색 구두 등 젊은이 못지 않은 세련된 복장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원구립 실버악단 신규단원과 전속가수 공개 선발전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서울 노원구 상계3·4동 주민센터에서 빨간색 정장, 흰색 구두 등 젊은이 못지 않은 세련된 복장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워터파크 물놀이기구 타려 했는데 ‘65살 이상은 위험’
교황 방한 땐 자원봉사 신청했더니 ‘60살 넘으면 안 돼’
‘백살 시대’ 왔다는데 펄펄한 60대를 ‘뒷방 신세’로 몰아
#1. 61살 ㄱ씨는 3년 전 직장을 정년퇴직했다. 소일거리를 찾다가 사회에 보탬도 될 겸 자원봉사 자리를 구하기로 했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 시복미사에서 길 안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누리집을 클릭했다. 공고를 본 ㄱ씨는 봉사 내용이 아리수 배포, 화장실 안내 등이라 자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ㄱ씨는 지원 자격을 읽다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20살 이상 60살 이하’만 모집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ㄱ씨는 결국 지원을 포기해야 했다.

#2. 지난달 여름휴가를 맞아 시부모님을 모시고 한화 설악워터피아로 물놀이를 간 ㄴ씨(41). 수중 미끄럼틀인 ‘익스트림 밸리’를 타기 위해 5명의 식구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입장 순서가 되자 안내 직원이 나이를 일일이 확인했다. 65살 이상은 건강 쇠약을 우려해 이용을 권하지 않으며, 굳이 이용을 원할 경우 ‘안전사고 시 본인이 책임질 것’이란 문서에 사인을 해야 했다. 65살 시어머니를 모시고 물놀이를 간 ㄴ씨는 할 수 없이 사인을 하고 나서야 5명의 가족이 함께 물놀이 기구를 탈 수 있었다. “격렬한 놀이 기구도 아니고 건강하신 시어머니가 충분히 탈만 한 기구였다. 어머니만 두고 탈 수 없어 사인을 했다. 어머니가 가족 물놀이에 끼지 못할 뻔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노인취업센터 실버바리스타 훈련과정 수료생들이 음료 제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윤운식 기자
서울시노인취업센터 실버바리스타 훈련과정 수료생들이 음료 제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윤운식 기자
의학의 발달과 평균 수명의 증가로 신체 조건이 건강한 60대들이 과거보다 늘었지만, 노인에 대한 고전적 연령 기준 때문에 가족 행사나 사회 참여 기회에서 배제되는 일이 늘고 있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이 1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70살에서 74살까지’라고 답한 이가 전체 응답자의 53%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65살에서 69살’이라는 답변으로, 전체 응답자의 28.1%였다. 국민연금법, 노인복지법 등에 따르면 법률적으로 노인 연령은 60살 또는 65살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연령 기준은 이보다 높다. 올해 58살인 ㄷ씨는 “2년 뒤 환갑이라니 실감나지 않는다. 손자가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아직 어색하다. 다가가면 자리를 양보할까 버스 타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법과 노인복지법 등에서 법률적 노인 연령을 높이기도 어렵다. 한국노년학회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은퇴 연령은 52.6살로 한국인들은 50대 초반에 이미 노동시장에서 물러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법과 노인복지법 등에서 법률적 노인 연령을 높이면, 50대 초반에 은퇴하는 이들이 연금을 탈 때까지의 시간을 일컫는 ‘은퇴 크레바스’가 너무 길어진다. 되레 ‘복지 사각지대’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 연령이 더 연장되지 않는 이상 ‘법률적 노인 연령’은 그대로 두고 ‘사회적 노인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초기 노년기인 60살에서 75살 사이에 활발히 사회활동을 권하고 있다. 전용호 한국노년학회 총무이사는 “최근 은퇴 시기가 빨라지면서 50대 후반부터 사실상 사회에서 배제된다”며 “특히 이 시기는 키우던 자녀가 진학과 결혼 등으로 분가하고 집에 부부만 남게 되는 ‘빈 둥지 시기’와도 맞물려 있기에 더욱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평균 수명이 연장되는 ‘백살 시대’에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사회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초기 노년기에도 봉사 활동이나 동호회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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