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권투협회(WBA) 챔피언인 최현미씨가 성균관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썼다.
WBA 슈퍼페더급 여자 챔피언
성균관대 스포츠학과 졸업
성균관대 스포츠학과 졸업
“학점 따려고 밤새 공부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실감이 안 나요. 운동과 공부 병행이 쉽지 않았는데 홀가분합니다.”
세계권투협회(WBA) 슈퍼페더급 여자 챔피언인 최현미(24·사진)씨가 25일 성균관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썼다. 이 대학 스포츠과학과에서 4년간 쉼 없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강행군 끝에 얻어낸 성과다. 탈북자인 최씨는 평양에서 11살 때 권투를 시작했고, 14살 때인 2004년 가족과 함께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남한에 정착했다.
최씨는 경기와 연습을 학과 일정을 고려해 잡았다고 했다. 부득이하게 겹치면 합숙훈련장에서 리포트를 쓰거나 인터넷 수강을 했다. 최씨는 “시합을 마치고 충분히 회복할 새도 없이 학점 걱정에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 들어갈 때 눈 주위의 멍을 가리려고 선글라스 쓰던 것도 이제 추억이 됐다”며 웃었다.
링에서는 매서운 펀치를 날리는 그이지만 캠퍼스에서는 여느 여대생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함께 수다 떨면서 웃고, 씻지도 못하고 과제하느라 골머리 앓고, 같이 날 새우고 시험공부하는 등 친구들과 보낸 평범한 일상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졸업한 최씨는 우선 올해 10월 2차 방어전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 2008년 10월에 세계권투협회 페더급 챔피언에 올라 7차 방어전까지 성공하고서 챔피언 벨트를 반납한 뒤 지난해 광복절에 일본 선수를 꺾고 슈퍼페더급까지 석권했다. 내년에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까지 따 ‘공부 챔피언’에도 오르고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사진 최현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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