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송 뒤에도 44일째 단식중인 김영오(47)씨가 숨진 큰딸 김유민양, 둘째딸 김유나양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무책임한 아버지’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보수언론 등의 악의적 보도에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26일 김씨가 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양육비 이체 기록이 든 통장 내역을 공개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3월27~29일 두 딸과 여행을 계획하며 나눈 대화, 4월4일부터 세월호 사고가 난 4월16일 사이 유민양과 나눈 대화, 둘째딸 유나양과 나눈 대화 등이 담겨 있다.
김씨는 두 딸을 ‘큰공주’와 ‘작은공주’로 부르며 애틋한 부정을 보였다. 세월호 사고로 결국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지만, 5월3일 가족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두 딸과 의논한다. 사고 12일 전에는 유민양에게 “아빠가 우리 예쁜 딸에게 매일매일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빠가 유민이한테 잘하고 아빠답게 살게. 애기 때 너무 못 해주고 혼만 내서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유민양은 “아니야 나는 (아빠가) 밉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혼낸 거 하나도 기억 안 나. 안 미안해도 돼”라고 다정하게 답했다.
둘째딸 유나양은 단식하는 아빠를 많이 걱정했다. “아침에 아빠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보면서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잖아. 마지막 부탁인데 단식 그만해줘”라고 매달렸다. 이에 김씨는 “아빠 아직 멀쩡해. 우리 이쁜 공주 밥 잘 먹고 있지. 사랑해”라고 했다.
통장 이체 내역에는 이혼한 아내와 두 딸의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를 대신 낸 기록이 있다. 김씨는 <조선일보>가 “가입비와 활 가격만 수십만원, 화살 하나에 만원씩 하는 여가 활동은 할 여력이 있었으면서, 두 딸의 양육비를 가끔 보내지 않았다는 건 너무하다”고 ‘누리꾼’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 대목도 반박했다. 그는 “월 회비가 3만원에 불과하다. 3~4년 전부터 형편이 조금 나아져 양육비와 자녀들 보험료뿐 아니라 휴대전화 요금까지 내주던 시기에 가진 취미”라고 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이런 것까지 공개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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