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모씨의 영정 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부산 오피스텔 시설과장 조성모씨 주검으로 발견
아버지 삼우제 날 참변…구청, 의사자 신청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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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30㎜의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25일 오후 2시40분께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15층짜리 ㅇ오피스텔의 건물 시설과장인 조성모(45·사진)씨는 동료 직원한테 “지하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모두 지상으로 올라오도록 방송해라”고 요청했지만, 전기 문제로 방송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조씨는 직접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빗물이 건물 지하로 쏟아져 들어오자 지하 4층 직원 휴게실의 청소노동자들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지하 4층 휴게실에서 2명의 청소노동자를 발견한 조씨는 함께 내려갔던 동료 직원과 이들을 먼저 지상으로 올려보냈다.
하지만 조씨는 실종됐다. 다음날인 26일 저녁 6시50분께 건물 지하 4층 발전기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조씨와 함께 지하실로 내려갔던 동료 박아무개(54)씨는 “조씨가 나한테 ‘다른 사람을 더 찾아보고 비상 발전기로 방송 장비를 다시 가동시키겠다. 먼저 올라가서 대피 방송을 해라’고 말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씨의 여동생(44)은 “오빠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달려가 30시간 넘게 건물 밖에서 기다렸는데,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 오빠를 보고 기절했다. 남은 아들(16)과 딸(15)은 어떻게 하라고…”라며 흐느꼈다. 조씨의 외삼촌(56)은 “평소에도 책임감이 넘치고 쾌활한 조카였다. 조카는 지난 21일 돌아가신 아버지의 삼우제를 치르고 집에서 쉬다, 폭우가 쏟아지니까 직장으로 뛰어 나갔다. 맡은 업무에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은 알겠지만…”하며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조씨의 동료 직원인 정아무개(45)씨도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책임감도 강해 인기가 많았다. 동료를 구하려다 지하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이렇게 됐다”며 울먹였다.
부산 동래구 관계자는 “조씨의 의사자 신청을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의 빈소는 부산 동래구 봉생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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