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다가 건강 악화로 시립동부병원에 입원중인 김영오씨.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김영오씨 단식 중단 왜?
노모와 딸 간곡한 부탁과 장기전 대비 의도
오전 11시 시립동부병원 입원실서 기자회견
“광화문 나가서 국민들과 힘을 합치겠다”
노모와 딸 간곡한 부탁과 장기전 대비 의도
오전 11시 시립동부병원 입원실서 기자회견
“광화문 나가서 국민들과 힘을 합치겠다”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단식’이라는 극한의 싸움을 해온 ‘유민아빠’ 김영오(47)씨가 마음을 돌린 데는 남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날 아침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단식 중단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둘째딸 유나 때문에. 유나가 자꾸 아빠하고 밥 같이 먹고 싶다고 걱정을 많이 했다”며 “딸이 너무 슬퍼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어머니, 시골에 계신 노모께서 22일날 텔레비전 뉴스 보고 알게 되셔서 그때부터 계속 온다”며 노모에 대한 미안함도 내비쳤다. 위태로운 자신을 걱정하는 노모와 딸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혀 진전이 없는 여야 협상도 김씨의 ‘생의 의지’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어제 여당하고 유가족하고 대화해서 진전도 없고 너무 장기전될 거 같다”며 “그래서 밥을 먹고 하면서 광화문 나가서 국민들하고 함께 힘을 합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국민들한테 저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시켜서 죄송하다. 저 단식하는데 걱정하는데 그분들한테 고맙고 걱정해 줘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며 국민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각종 험담과 악성 소문에 대해선 그는 “루머들 때문에 자꾸만 꼬투리 하나 잡아서 너무 막 허황되게 없는 얘기까지 해가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면서도 “그런데 그거 신경 안 쓰는 이유가 제 자신이 떳떳하고 당당하니까 죄 지은 게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참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참사 초기 대통령 앞에서 격앙된 언사를 한 동영상이 돌아다닌다’는 질문에는 “동영상 봤는데 내 둘레에 경호원이 4명이 앉아서 (나를) 못 일어나게 막 그러더라”며 “대통령(한테) 빨리 책임자 해명 들려달라고 하는데 뒤에서 (경호원이) 막 잡아당기(니까) 그것이 경호원한테 한 소리였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경호원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인과 장관들이) 막 컵라면 먹고 이래서 그래서 정치적인 쇼로 봤으니까 정치인들 보면 상당히 안 좋았다고 상당히 격양되어 있었던 때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46일간 단식을 하며 버티게 한 힘’을 묻는 질문에는 ‘유민’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너무 억울하니까 깡으로 악으로 버틴 거 같다.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되니까”라며 “그 힘으로 버틴 거 같다. 유민이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씨는 며칠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광화문 농성장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의 유경근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며칠 간 병원에서 (식사를) 드시고 회복한 다음에 광화문에 가서 회복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른 동조단식 지지자들과 김씨의 단식 중단과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10일째 동조단식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의원에게는 (단식 중단을) 권하면서 국회에 들어가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오전 11시 김씨가 입원해있는 시립 동부병원 입원실 앞에서 김씨가 단식을 중단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