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중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은수미 의원(오른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국회의원이 단식하는 데가 어디냐? 내가 죽이러 간다.”
28일 새벽 2시4분께 한 남성이 112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경찰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 서울 종로경찰서로 오면 단식하는 곳으로 안내해주겠다”고 설득했다. 결국 이 남성은 이날 새벽 3시55분께 충북 청원휴게소 근처에서 고속도로순찰대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대구에 사는 건설현장 노동자 이아무개(52)씨였다. 전날 비가 와서 일을 하지 못하자 집에서 점심때부터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소주 3병과 맥주 피처 1병을 혼자 마셨다. 그리고 고향 친구로 시내버스 운전을 하는 김아무개(52)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재인을 죽이러 가려고 하는데 내가 술을 많이 먹었으니 운전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말리던 김씨는 서울로 가다가 중간에 이씨가 술이 깨면 다시 이야기해 되돌아올 생각으로 이씨를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그렇게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전을 지나 150㎞나 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와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은 신경 쓰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만 단식을 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씨를 입건할 방침이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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