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석촌동 동공 발생원인 조사위원회’의 박창근 위원장(관동대 교수)이 2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조사위원회 회견
“지반 약한 곳 알면서도
지반보강 계획보다 덜해”
삼성물산 “이런 일 생겨 유감”
“지반 약한 곳 알면서도
지반보강 계획보다 덜해”
삼성물산 “이런 일 생겨 유감”
서울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를 해온 삼성물산이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토사량 관리를 소홀히 하고, 지반이 약한 곳임을 알면서도 지반보강 작업을 계획보다 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석촌지하차도 밑에 대형 동공(지하의 빈 공간)이 잇따라 생긴 것은 이런 부실시공 때문이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 석촌동 동공 발생원인 조사위원회의 박창근 위원장(관동대 교수)은 28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양한 원인 분석을 해보니 시공사(삼성물산)가 품질관리를 잘못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삼성물산이 원통형 실드를 회전시켜 마치 두더지처럼 수평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는 실드공법으로 공사를 하면서, 흙이 과다 배출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판단했다. 실드공법은 지반 상태를 볼 수 없어, 빠져나간 흙의 양을 확인해 과다하게 나오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배출된 토사량은 애초 예측한 굴착량(2만3842㎥)보다 14% 많은 2만7159㎥였다.
또 삼성물산은 설계 때는 42곳에 지반 보강을 위한 시공을 하겠다고 해놓고서, 실제로는 8곳에만 실시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이곳의 토양이 연약지반인 충적층으로 이뤄져 있어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저희는 (굴착량이) 적정 관리 범위 내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라고 말했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동공의 원인이 된 부실 시공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며 “턴키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사라 법적으로 아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음성원 정태우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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