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혐의 적용해 불구속
일 ‘산케이신문’ 기자도 ‘속도전’
박대통령 직접 조사 없이 처리
일 ‘산케이신문’ 기자도 ‘속도전’
박대통령 직접 조사 없이 처리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72) 의원을 기소했다. 검찰은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도 기소할 것으로 예상돼, 현직 대통령이 ‘피해자’인 사건 처리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없어, 예외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박 의원을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의원은 2012년 4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지금 구속돼 재판받지 않습니까? 이분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막역하게 만났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올해 6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씨를 지목하며 ‘만만회’가 인사에 개입한다고 주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1년에는 한나라당에 저축은행 돈이 전달됐다고 우제창 의원이 발표하게 해 홍준표 경남지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박 의원을 상대로 여러 건의 고소·고발이 들어와 20여차례 소환을 통보했으나 불응하자 서면조사만 하고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관계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당시 일정 등을 확인한 결과, 두 사람 동선이 겹치지 않아 만날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박태규씨 사건은 믿을 만한 고위 인사가 확인해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만만회는 관련자 이름을 거론하지도 않았다”며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7시간 미스터리’)을 제기하는 기사를 쓴 가토 다쓰야(48)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발장이 들어온 지 20여일 만에 그를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는 통상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고소가 필수인 친고죄가 아니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여서 고소 없이도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피해자 고소로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고소인 직접 조사가 원칙처럼 돼 있다. 저축은행 로비스트 관련 사건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2년 5월 박 의원을 고소했는데, 검찰은 박 대통령 대리인만 불러 조사했다. ‘만만회’ 관련 대목은 보수단체가 고발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정윤회씨를 조사하면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고소인을 직접 조사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박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처리는 통상의 절차와 다르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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