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 비상벨 안 누른 이유 묻자
“화물 선적은 1등항해사 담당”
“화물 선적은 1등항해사 담당”
목소리는 어눌한 듯했지만 책임을 떠넘기는 데는 노련했다. 29일 광주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청해진해운 관계자 등 11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석(68) 세월호 선장은 세월호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화물 과적 등의 책임을 회사나 부하 직원에게 떠넘겼다.
이 선장은 “세월호에서 평소 화물 선적을 담당하는 선원은 1등항해사이며, 관행적으로 ‘화물이 잘 실렸다’는 정도의 보고만 받았을 뿐 정확한 화물의 총중량은 알 수 없었다”며 과적 점검 책임을 피해갔다. “1등항해사가 잘하고 있어서 (회사에) 과적을 항의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그는 “사고 당시 물류팀에서 화물 중량을 개략적으로 알려줘 정확히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가 “세월호 평형수는 몇 톤으로 알았나?”라고 묻자, “복원력을 계산하기가 힘들다”며 횡설수설했다. 이에 검찰은 “조타실에 걸린 복원성 계산서 책자에 평형수 톤수 등이 기재돼 있는데도 몰랐다는 것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서를 3등항해사가 엉터리로 작성한 뒤 대신 서명해 화물량과 승객 수 등을 공란으로 해서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제출한 데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관행이었다”고 넘어갔다.
“전남 진도의 맹골수도에 배가 갔을 때 왜 침실에 있었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이 선장은 “사고 지점은 폭이 12㎞나 돼 협수로가 아니었다. 박아무개(25) 3등항해사에게 믿음이 갔다”고 둘러댔다. 사고 당시 조타실의 비상벨을 누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그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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