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해킹을 당한 월간지 <전라도닷컴>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과 기사의 제목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홍어’라는 말로 바뀌어져 있다. <전라도닷컴> 홈페이지 캡처
“홈페이지가 털린 것 같아요.”(익명의 남성)
“무슨 소리예요?”(<전라도 닷컴>)
황풍년(50) <전라도닷컴>편집장은 30일 오전 11시30분 ‘독자’를 지칭한 한 젊은 남성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전라도 닷컴>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기사들이 지워졌더라”는 제보였다. 그는 “<전라도 닷컴> 회원이냐?”고 묻자, “그냥 독자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황 편집장은 곧바로 <전라도 닷컴> 누리집에 접속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특집 ‘세월호 기억하기’란의 기사 50여 점이 모두 삭제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를 맞고 참담한 마음에 5월호를 내지 못하고 세월호 특집으로 엮은 5·6월 합본호 기사들이 해킹당한 것이다.
잡지 누리집에 실린 글과 기사의 제목도 전라도를 비하하는 ‘홍어’라는 말로 치환됐다. ‘살아야 좋은 이유를 밝히는 사람들’이라는 글은 ‘살아야 좋은 이유를 밝히는 홍어들’로 바뀌었다. 황 편집장이 ‘풍년식탐’이라는 제목으로 연재중인 최근 글의 제목은 ‘시린 겨울 바다의 다디단 속셈’에서 마지막 단어가 ‘홍어’로 바뀌었다. 2000년 10월 창간 이후 전라도의 문화와 사람, 풍경을 담은 사진과 글 등 수천여 점도 해킹당했다. 남인희 <전라도닷컴> 기자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사진과 동영상, 기사 등 전라도 민중생활사라는 소중한 자산이 훼손된 것이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전라도닷컴> 홈페이지 해킹은 이른바 ‘일베’ 회원의 행각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엔 <전라도닷컴> 해킹과 연관된 누리꾼의 글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35분 일베 사이트엔 ‘내가 전라도인인척 하면서 거기 전화했는데, 해킹 사실도 모르는 것 같던데’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있었다.
일베 사이트에 30일 오전 11시35분 ‘내가 전라도인인 척 하면서 거기 전화했는데, 해킹 사실도 모르는 것 같던데’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돼 있었다. 일베 홈페이지 캡쳐
이에 따라 <전라도닷컴>은 누리집을 해킹해 수천점의 사진·동영상 등을 해킹한 행각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황풍년 편집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마음을 헤집는 행위이자, 전라도 문화 콘텐츠를 사이버 테러한 행위에 대해 경찰 수사 의뢰 등으로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라도 닷컴> 전라도의 사람, 자연, 문화를 담아온 지역 월간지이며, 2000년 10월에 인터넷판으로 시작해 2002년 3월부터 매달 잡지를 내고 있으며, 2009년 한국잡지협회 선정 2009년도 우수컨텐츠 잡지, 2011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1년도 우수컨텐츠 잡지로 선정되는 등 광주에서 발행되는 대표적 문화잡지로 꼽힌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