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
참사 잊어가는 사회, 시로 꼬집어
“그 많던 반성들은 어디로 갔는가. 가슴을 때리던 그 많은 파도소리, 그 많은 진단과 분석, 나라를 개조하자던 다짐들은 어디로 가고….”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세월호 참사 넉달을 맞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던 처음 분위기가 대립과 정쟁으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를 보고 ‘광화문 광장에서’란 시를 발표했다.
도 의원은 3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문화제’ 무대에서 시를 읽으며 “슬픔의 진상을 규명하고 분노의 원인을 찾아달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그 많던 반성들은 어디로 갔나”라며 탄식했다.
그는 지난 28일, 46일째 이어온 단식을 중단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향해 악성 유언비어와 댓글이 쏟아지는 현실도 꼬집었다.
“(미음) 한 숟갈의 눈물겨움을 조롱하고 야유하고 음해하는 이 비정한 세상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중략) 미음보다 묽은 눈물 한 방울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이 나라가 아직도 희망이 있는 나라일까 묻는데 한없이 부끄러워지면서…. (중략) 증오와 불신과 비어들만 거리마다 넘치는가….”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는 성찰도 시에 담았다. 도 의원은 “사월 십육일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물길을 돌리려는 자들의 계산된 몸짓만 난무하는가. 이런 어이없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과도한 요구일까”라고 되물었다. 또 “희망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미안하고 미안하여 고개를 들 수 없는데”라며 야당 의원으로서의 반성도 잊지 않았다.
도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유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미안하다’는 말을 두번이나 썼다”며 “정치권이 잘했으면 (유가족들이) 광장 찬 바닥에서 밤새우지 않을 텐데, 자책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겨우 넉달이 좀 넘었는데 이렇게 서로 미워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연민과 동정이 사라진 게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다음은 도종환 의원의 시 ‘광화문 광장에서’ 전문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도종환
고통은 끝나지 않았는데 여름은 가고 있다
아픔은 아직도 살 위에 촛불심지처럼 타는데
꽃은 보이지 않는지 오래되었다
사십육일만에 단식을 접으며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미음 한 숟갈을 뜨는데
미음보다 맑은 눈물 한 방울이 고이더라고
간장빛으로 졸아든 얼굴 푸스스한 목청으로 말하는데
한 숟갈의 처절함
한 숟갈의 절박함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서 있는데
한 숟갈의 눈물겨움을 조롱하고 야유하고 음해하는
이 비정한 세상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아세운 고독한 싸움의 끝에서
그가 숟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
미음보다 묽은 눈물 한 방울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이 나라가 아직도 희망이 있는 나라일까 묻는데
한없이 부끄러워지면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생을 내팽개치고 싶어지면서
넉 달을 못 넘기는 우리의 연민
빠르게 증발해 버린 우리의 눈물
우리의 가벼움을 생각한다
그 많던 반성들은 어디로 갔는가
가슴을 때리던 그 많은 파도소리
그 많은 진단과 분석
나라를 개조하자던 다짐들은 어디로 가고
자식 잃은 이 몇이서 십자가를 지고 이천 리를 걷게 하는가
팽목항으로 달려가던 그 많은 발길들은 어디로 흩어지고
증오와 불신과 비어들만 거리마다 넘치는가
맘몬의 신을 섬기다 아이들을 죽인 우매함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목소리
사월 십육일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물길을 돌리려는 자들의 계산된 몸짓만 난무하는가
이런 어이없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과도한 요구일까
내가 이렇게 통곡해야 하는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
슬픔의 진상을 규명하고
분노의 원인을 찾아달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나라는 반동강이 나고
희망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미안하고 미안하여 고개를 들 수 없는데
어젯밤엔 광화문 돌바닥에 누워 어지러운 한뎃잠을 자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굽어보며
다시 초췌한 눈동자로 확인한다
여기는 수도 서울의 한복판이 아니라
고통의 한복판이라고
이곳은 아직도 더 걸어올라가야 할 슬픔의 계단이라고
성찰과 회한과 약속의 광장이라고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이렇게 모여 몸부림치는 동안만 희망이라고
꺼질듯 꺼질듯 여기서 몸을 태우는 동안만 희망이라고
정갈한 눈물 아니면 희망은 없다고
정직한 분노 아니면 희망은 없다고
아픔은 아직도 살 위에 촛불심지처럼 타는데
꽃은 보이지 않는지 오래되었다
사십육일만에 단식을 접으며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미음 한 숟갈을 뜨는데
미음보다 맑은 눈물 한 방울이 고이더라고
간장빛으로 졸아든 얼굴 푸스스한 목청으로 말하는데
한 숟갈의 처절함
한 숟갈의 절박함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서 있는데
한 숟갈의 눈물겨움을 조롱하고 야유하고 음해하는
이 비정한 세상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아세운 고독한 싸움의 끝에서
그가 숟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
미음보다 묽은 눈물 한 방울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이 나라가 아직도 희망이 있는 나라일까 묻는데
한없이 부끄러워지면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생을 내팽개치고 싶어지면서
넉 달을 못 넘기는 우리의 연민
빠르게 증발해 버린 우리의 눈물
우리의 가벼움을 생각한다
그 많던 반성들은 어디로 갔는가
가슴을 때리던 그 많은 파도소리
그 많은 진단과 분석
나라를 개조하자던 다짐들은 어디로 가고
자식 잃은 이 몇이서 십자가를 지고 이천 리를 걷게 하는가
팽목항으로 달려가던 그 많은 발길들은 어디로 흩어지고
증오와 불신과 비어들만 거리마다 넘치는가
맘몬의 신을 섬기다 아이들을 죽인 우매함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목소리
사월 십육일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물길을 돌리려는 자들의 계산된 몸짓만 난무하는가
이런 어이없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과도한 요구일까
내가 이렇게 통곡해야 하는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
슬픔의 진상을 규명하고
분노의 원인을 찾아달라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나라는 반동강이 나고
희망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미안하고 미안하여 고개를 들 수 없는데
어젯밤엔 광화문 돌바닥에 누워 어지러운 한뎃잠을 자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굽어보며
다시 초췌한 눈동자로 확인한다
여기는 수도 서울의 한복판이 아니라
고통의 한복판이라고
이곳은 아직도 더 걸어올라가야 할 슬픔의 계단이라고
성찰과 회한과 약속의 광장이라고
아직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이렇게 모여 몸부림치는 동안만 희망이라고
꺼질듯 꺼질듯 여기서 몸을 태우는 동안만 희망이라고
정갈한 눈물 아니면 희망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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